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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이 없다③)근거 없는 헌혈 괴담…"코로나 '혈액 감염' 가능성 없어"
혈액 수급난 갈수록 '심화'…재고 2일 이하 땐 수술 취소 직면
수급난 해법, 혈액 수요억제·공급확대 '투트랙 전략' 필요
"혈액은 한정된 공공자원…국민들 적극적 헌혈 동참 절실"
2021-10-05 06:00:20 2021-10-05 06:00:2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코로나19 확진자의 헌혈 소식이 알려지면서 '헌혈 괴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헌혈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헌혈자의 보관검체를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결론났지만 참여 동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혈액을 통한 코로나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적극적인 헌혈을 독려하고 있다.
 
4일 <뉴스토마토>가 임영애 아주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이하 임 교수)와 엄태현 일산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이하 엄 교수)에게 '헌혈을 통한 코로나 감염 가능성 여부'를 문의한 결과, 헌혈을 통해 코로나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혈액을 통한 코로나 감염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는 얘기다. 논란이 된 헌혈자 중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없다고 꼬집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임 교수·엄 교수와의 일문일답.
 
현장에서 느끼는 혈액 수급난 상황은.
 
임 교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일상 수혈을 통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평균 5일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의료기관의 혈액형별 재고일은 평균 2~4일 미만이다. 만약 재고일이 2일 이하로 감소하면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예약 수술까지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혈액부족 상황은 코로나19보다도 더 끔찍한 의료재난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헌혈 후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례가 나와 논란이 됐다. 혈액을 통한 코로나 감염 가능성은.
 
엄 교수: 코로나 환자의 혈액에서 낮은 농도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 혈액을 통한 코로나 감염의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혈 후에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면 코로나 잠복기에 헌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설령 잠복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한다 해도 확진 환자에 비해 농도가 크게 낮아 수혈에 의한 전파 가능성은 더욱 줄어든다. 논란이 된 헌혈자 중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
 
헌혈한 혈액은 어떤 과정을 거쳐 사용되나.
 
엄 교수: 헌혈은 전혈헌혈과 성분헌혈 크게 두 가지다. 전혈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원심분리기를 통해 농축적혈구, 농축혈소판, 신선동결혈장제제로 각각 1단위씩 제조해 사용한다. 이후 해당 성분이 부족한 환자들에게 이를 각각 수혈한다. 성분헌혈은 특수 성분채집기를 통해 필요한 성분만을 골라 채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혈소판이 필요하다면 헌혈자에서 혈소판만을 채집하고 나머지 혈액은 돌려주는 식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도 헌혈에 참여할 수 있나.
 
임 교수: 백신은 생백신과 사백신이 있다. 생백신은 사백신에 비해 헌혈 유보 기간을 더 길게 설정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은 모두 사백신이다. 백신 종류와 국가에 따라 일부 다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백신 종류와 관계없이 접종일로부터 7일간 헌혈을 금지한다. 만약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으면 증상이 사라진 날로부터 7일간 헌혈 참여가 추가 배제된다.
 
모더나, 화이자 등 2회 접종하는 백신은 1회차 백신 접종 7일 후로부터 2회차 백신 접종 전까지 헌혈이 가능하고, 2회차 백신 접종 시 다시 접종일로부터 7일 후에 헌혈이 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첫 국가헌혈협의회를 열고, 혈액수급 안정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어떤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보는지.
 
엄 교수: 혈액수급난은 앞으로 더 악화될 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억제와 공급확대라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수요억제는 수혈의 적정성을 높여 달성해야 한다. 다시 말해 수혈적정성평가 및 환자혈액관리(PBM, patient blood management)를 통해 적절한 수혈은 보장하되 불필요한 수혈은 줄여야 한다.
 
또 국가헌혈협의회는 공급확대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헌혈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 헌혈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상헌혈이다. 헌혈을 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보상한다고 해서 무상헌혈 취지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헌혈자에 대한 당연한 예우다.
 
최근 혈액이 필요한 일부 환자나 보호자가 지정헌혈자를 찾아 나선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
 
임 교수: 지정헌혈이란 희귀혈액형과 같이 특정 헌혈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해야 하는 경우에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헌혈이 헌혈자의 자발적 이타주의에 의한 순수한 행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타인의 요청에 의한 헌혈은 이 원칙에서 벗어난다.
 
특히 타인에게 말하기 곤란한 헌혈 부적격 사유가 있더라도 지인의 지정헌혈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울 수 있어 혈액안전상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헌혈자를 직접 찾고 요청해야 하는 경우 헌혈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인해 무상 헌혈 취지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지정헌혈은 혈액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헌혈의 취지를 손상시키고, 공급혈액원의 일반헌혈을 감소시킬 수도 있어 지양해야 한다.
 
혈액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임 교수: 의료기관에서는 지금보다 엄격한 수혈기준을 적용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수혈을 하는 적정수혈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의료인들의 인식변화를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 활동이나 교육제공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도 의료기관이 적정수혈을 시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수혈관리실과 수혈관리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적정수혈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기관과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 간에 차이를 둬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만약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적정수혈을 위해 노력하고, 절약된 혈액제제가 그렇지 못한 의료기관에서 부적정하게 사용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혹시 헌혈을 고민하는 국민이나 현재 혈액 수급난 상황을 모르는 분들께 한마디 한다면.
 
엄 교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우리 주위에 여전히 많다. 혈액제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혈액이 부족하다는 말은 지킬 수 있는 생명을 잃는 사람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런 경우가 설령 한 명에 불과할지라도 이를 두고 볼 수는 없다. 혈액 부족이 정말 심각하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헌혈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 교수: 혈액은 여전히 헌혈자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한정된 귀한 공공자원이다. 장기간의 혈액부족은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고, 이는 현재의 코로나19보다도 더 큰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 비록 우리가 코로나19를 예방할 수는 없었지만 혈액부족으로 인한 재난은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헌혈 동참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아무리 정부, 공급혈액원, 의료기관이 노력한다 해도 헌혈에 동참하는 국민이 없다면 이를 극복할 수 없다. 국민 여러분은 수혈을 필요로 하는 잠재 환자인 동시에 혈액부족 상황을 방어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임영애 아주대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국내 혈액부족이 끔찍한 의료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헌혈 동참이 필요하다고 5일 밝혔다. 사진은 '생명 나눔 헌혈 행사'에 나선 헌혈버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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