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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줄다리기 언제까지
2021-09-30 06:00:00 2021-09-30 06:00:00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두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줄다리기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국회에 계류 중인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법안만 총 5건에 달한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가입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의료기관이 진료비 계산서 등의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손보험의 청구 절차를 자동화해 보험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등장했다.
 
약 4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며 '제 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청구 편의성을 올리겠다는 취지에도 관련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선 의료계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환자의 질병정보가 보험금 지급 거절은 물론 가입·갱신 시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 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반대 이유로 거론된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극구 반대하고 나서는 속내는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진료수가 노출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다는 점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진짜 이유라고 꼬집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학병원의 경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나서지 않는 모습인데, 진료 수가에 민감한 개인병원들이 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따른 이점이 더욱 크다고 입을 모은다. 고객 편의성뿐만 아니라 진료기록 전산화로 과잉 진료와 보험사기 예방에도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이다. 복잡한 서류 작업이 사라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이 줄어들 수 있으며,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까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청구 간소화를 바라는 모습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청구의 번거로움'이 실손보험금 미청구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이다. 의료계와 정부는 백신으로 인한 실보다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접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득과 실을 잘 따져봐야 할 때다.
 
권유승 금융부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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