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실수요자 안중없는 정부 대출 규제
입력 : 2021-09-29 06:00:00 수정 : 2021-09-29 06:00:00
정부가 전세대출을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아 규제 대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키우고 있다. 전세대출 속 숨은 악이 있다며 이를 잡아내기 위해선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차주가 실수요자냐 아니냐 하는 이분법이 그것이다. 정부 부동산 정책 패착은 쏙 빠지고 욕심에 눈먼 시민들 때문에 금융시스템 안전성을 해친다며 나무라고 있다.
 
가계부채 정책 선봉에 있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과 28일 연이어 내달 있을 가계대출 추가대책에 전세대출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전세대출의 여러 조건이 좋다 보니 많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다", "(전세대출은) 금리라든지 조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의 말을 곱씹어보면, 공통된 '조건이 좋은(유리)'라는 말이 눈에 띈다. 대출상품이나 요건을 대출자가 '고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함의는 이들이 정말 실수요자가 맞는지 의문스럽다는 뜻으로 해석될 듯하다. 이들 중에는 여윳돈이 있음에도 굳이 전세대출을 받고 주식, 가상화폐 투자에 나서거나 부동산 갭투자를 위해 전세대출을 선택한 차주가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전세대출이 증가한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판단에 따라 내 여력보다 더 작은 집, 내 직장보다 조금 먼 곳에 살더라도 여윳돈을 만들어 주식 등 투자 활동을 할 수 있다. 그게 지금 정부가 가계에 강조하는 이른바 '상환능력'이다.
 
더군다나 지금 전세대출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집값 상승이다. 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에 따르면 8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4억4156억원으로, 3년 전(2018년 1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4억4067만원)와 엇비슷하다.
 
갭투자가 부동산 값을 올린다는 말도 앞뒤가 맞지 않다. 이는 정부 스스로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 그해 7월부터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살 경우 전세대출을 바로 갚도록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24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전·월세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세대출 총량 확대를 부추긴 게 지금 정부다.
 
결국 이런 무리한 논리 만들기는 이번 정부가 얼마나 무주택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은행들의 연이은 대출 중단 예고에도 "자체적으로 관리할 일"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정부가 실행 중인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대해 지금과 같은 반발이 아닌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훈계와 네 탓'보다는 책임감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신병남 금융부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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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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