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공정위, 불공정 중단하고 '경쟁 질서'로 가야"
공정위의 인디언 기우제|이상협 지음|타임라인 펴냄
입력 : 2021-09-23 17:34:22 수정 : 2021-09-23 17:34:2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 OO 중공업의 아파트 공사를 여러 차례 하도급 받아 진행한 결과, 50억 규모의 공장, 집을 다 날린 7순의 노인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옛 공장 부지 옆  하천부지를 일부 임대해 컨테이너를 놓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하셨답니다.
 
#2. 대기업 XX의 횡포에 망가진 하도급업체 공장 내부 모습은 암담합니다. 기술탈취, 부당단가인하, 감액 등 갑질종합세트로 폐허화 됐습니다.
 
대한항공, 외교부를 거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30여년 간 근무한 저자는 한국 사회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신간 '공정위의 인디언 기우제'에서 그는 "민원인이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시간만 끄는 조사는 흡사 '인디언 기우제'를 보는 듯하다"고 비유한다. 
 
강정면 변호사의 추천평대로 국가(공정위)의 정의를 믿고 불공정 거래행위 신고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삶이 피폐해지고 파괴되는 하도급 사업주들의 비극은 과연 정의란 무엇인지를 묻게끔 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재벌 대기업들은 공정위의 비호 아래 정치권과 결탁해온 것이 사실이다.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산업 생태계의 하부구조인 중소협력업체를 고사시켜 왔다.
 
저자는 정치나 행정이 재벌대기업에 앞섰던 시기를 노태우 정부 때까지로 본다. "김영삼 문민정부와 김대중 국민의정부를 거치며 재벌은 힘을 키웠고, 노무현 참여정부 시기 확실하게 정치와 행정의 우위에 선 것"이 사실이다. 
 
그는 "노무현의 뒤를 이은 이명박-박근혜 정권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재벌개혁을 표방한 문재인 정권도 사실상 한국 재벌들의 마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을 상대로 하도급 업체들이 신고한 사건 관련 공정위가 핵심 증거를 은폐하거나 법규 해석을 이상한 방향으로 해 사건을 엉터리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로 말미암은 원성들이 자자한 것이 현실입니다."
 
저자는 독일 라인 강의 기적을 이끈 질서자유주의에서 해법을 찾는다. 
 
서독의 초대 경제장관 에르하르트에 의해 실행된 질서자유주의는 '경쟁 질서'를 내세우며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상생을 끌어낸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저자는 "밤하늘 무수한 별들이 제멋대로 운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일정한 질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경쟁 질서"라며 "최선의 경쟁에 의해 최선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산출된다면 대기업 갑질로 황폐화된 산업 생태계가 복원되고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책은 기각이나 각하로 심의 종료된 수많은 한국 대기업 관련 사건 등을 살피며 공정위 사건 처리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논한다. 
 
"공정위의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적나라함을 책으로 내는 이유는, 모든 것을 음습한 습지에서 밝은 양지로 끌어내기 위함입니다. 강렬한 햇볕에 모든 것을 노출함으로써 오늘날 공정위의 문제점에 대한 진정한 문제해결 방안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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