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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정권 넘길 듯
해고·직장 내 괴롭힘 등 사각지대 노동자 356만명
영세사업주 고통 가중에, 정부 "근기법 확대 적용 '신중기조'"
사업주 "자영업자 문제 선 해결 후 검토해야"
노동계 "일부 조항이라도 적용하자"…고용부 "어렵다"
2021-09-12 15:33:12 2021-09-12 15:33:12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해고·유급휴가·직장내 괴롭힘 등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내에 시행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관련 실태를 조사하는 등 적용 검토에 들어갔으나 코로나19로 조사가 지연되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공이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발주한 '5인 미만 사업장 관련 근로조건 실태조사' 연구용역은 오는 10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세사업주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권 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조항은 법정근로시간 및 시간외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연차유급휴가, 해고, 직장내괴롭힘 금지법 등 조항이다.
 
사업체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같이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체 수는 2019년 기준 132만개, 종사자수는 356만5000명에 달한다. 총 노동자(187만4000명)의 19%로 노동자 5명 중 1명은 근로기준법의 핵심 사안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신고를 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과 노동에 따른 수당이나, 해고 보호 등도 적용받지 못한다.
 
영세사업장은 노동조합 조직률도 떨어져 사업장 내의 협상력도 낮다. 입법조사처에서도 지난 5월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으므로 이들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업체 규모별로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0.1%에 불과하다. 전체 사업체 조직률(12.5%)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 6월 취임 후 첫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과 관련해 다양하게 고려해야 될 일들이 많기에 당장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이제는 검토해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검토하는 실태조사에 착수해 오는 10월에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문 정부 기간 동안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적용까지 확대할 경우 반발이 거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세사업주들은 정부가 사업주들의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소하고 난 뒤에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준 한국편의점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적용 당시처럼 밀어붙일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본사의 불공정 계약에 대한 문제 등 자영업자들 겪는 문제를 정부가 나서 해결하고 난 뒤에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조항 중 한 가지만 적용을 확대하더라도 그 파급력은 엄청난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영세사업장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적용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당장 전면 적용이 어렵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고용부는 이마저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증거 제출이 어려운 만큼 막대한 행정력이 들어간다"며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도입을 하는 것은 이후 더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체의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조항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는 수준이 각각 다르다"며 "현장을 잘 짚어보고 부담이 안되는지 분석해야 하고 어떤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발주한 '5인 미만 사업장 관련 근로조건 실태조사' 연구용역은 오는 10월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세사업주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권 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은 식당 관계자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 방안 문구를 붙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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