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잡학사전)'288g 신생아' 건우가 만든 기적
24주6일 만에 출산…국내 초미숙아 중 가장 작은 아기
입력 : 2021-09-08 06:00:00 수정 : 2021-09-08 08:39:21
건우와 부모, 주치의인 김애란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교수가 건우 퇴원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체중 288g. 손바닥 한 폭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아기가 지난 4월4일 서울아산병원 6층 분만장에서 세상에 첫 숨을 내뱉던 순간 153일간의 기적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작은 손발을 꿈틀거리는 아기에게 의료진은 어서 건강하고 팔팔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288g을 거꾸로 해서 '팔팔이(882)'라고 불렀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24주6일 만에 체중 288g, 키 23.5㎝의 초극소저체중미숙아로 태어난 조건우(5개월·남) 아기가 153일간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3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7일 밝혔다.
 
400g 이하 체중의 초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200g대로 태어난 건우는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초미숙아 등록 사이트(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에는 현재 286명의 미숙아가 등록돼 있다. 건우는 전 세계에서 32번째로 가장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건우는 결혼 6년 만에 선물처럼 찾아온 첫 아기였으나 임신 17주차 검진에서 자궁 내 성장지연 진단을 받았다. 자궁 내 성장지연은 태아가 자궁 내에서 잘 자라지 않는 현상이다. 이 당시에는 건우의 자궁 내 성장지연이 심해 가망이 없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부모는 지난 3월 말 경남 함안에서부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정진훈 산부인과 교수는 태아의 크기가 원래의 임신 주수보다 5주가량 뒤처질 정도로 작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태아가 버텨주는 한 주수를 최대한 늘려보기로 하고 입원을 결정했다.
 
산모는 4월1일 고위험산모 집중관찰실로 입원한 후 태아 폐 성숙을 위한 스테로이드와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황산마그네슘을 투여받았다. 태아 상태를 24시간 면밀히 관찰하던 도중 심박동수 감소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태아가 위험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같은 달 4일 응급 제왕절개로 건우를 출산했다.
 
예정일보다 15주 정도 앞선 24주6일 만에 세상에 나온 건우는 폐포가 아직 완전히 생성되지 않아 자발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곧바로 기관지 내로 폐 표면활성제를 투여받은 건우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신생아팀의 집중치료에 들어갔다.
 
건우는 미숙아 중에서도 초극소저체중 미숙아라 일반적인 미숙아에게 시행되는 술기도 적용하기 어려웠다.
 
주치의인 김애란 신생아과 교수는 단순히 건우를 살리는 것을 넘어 합병증 없이 무탈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4시간 건우 곁을 지킨 전공의와 전임의, 미숙아 골절 예방을 위해 맞춤 정맥주사를 조제해준 약사, 모유를 안전하게 멸균 처리한 간호사도 같은 목표였다.
 
건우는 미숙아에게 흔한 장염이 생겨 일주일가량 금식을 하며 정맥관으로 조심스럽게 영양분을 공급받은 시기도 있었지만 무사히 극복해냈다. 태어난 지 한 달 되던 날에는 잘 뛰던 심장이 갑자기 멎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긴급 소생술을 받아 회복했다. 동반된 폐동맥 고혈압과 미숙아 망막증도 약물치료로 조절이 됐고 퇴원 전 진행한 탈장 수술도 문제 없이 마쳤다.
 
건우 부모는 모유를 전달하기 위해 다섯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두 차례씩 경남 함안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왕복 700㎞ 이상을 오갔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건우는 생후 80일쯤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발 호흡을 했다. 체중도 288g에서 1㎏을 넘겼다. 생후 4개월 중반에는 인큐베이터를 벗어났고 생후 5개월에 다다랐을 때는 체중이 2㎏을 넘어섰다.
 
건우 엄마 이서은 씨(38세)는 "건우는 우리 부부에게 축복처럼 찾아온 아이로 어떤 위기에서도 꼭 지켜내고 싶었다"라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와 신생아팀 의료진 덕분에 건강한 건우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뿐이다. 가장 작게 태어났지만 앞으로는 가장 건강하고 마음까지도 큰 아이로 잘 키우겠다"라고 퇴원 소감을 밝혔다.
 
국내에서 한 해 태어나는 1.5㎏ 미만 미숙아 수는 3000여명에 달한다. 미숙아는 호흡기계, 신경계, 위장관계, 면역계 등 신체 장기가 미성숙하다. 출생 직후 호흡곤란증후군, 미숙아 동맥관 개존증, 태변 장폐색증 및 괴사성 장염, 패혈증, 미숙아망막증 등 합병증을 앓게 되며 재태기간과 출생체중이 적을수록 질환 빈도와 중증도가 높아진다.
 
치료를 위해 작은 주사 바늘을 사용하더라도 그 길이가 아기의 팔뚝 길이와 비슷해 삽입이 쉽지 않고, 단 몇 방울의 채혈만으로도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너무 작기 때문에 수술조차 할 수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의료진의 숙련된 경험이 중요하다.
 
건우 주치의인 김애란 교수는 "건우는 신생아팀 의료진을 항상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아이였지만, 동시에 생명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일깨워준 어린 선생님이기도 하다"라며 "그런 건우가 온전히 퇴원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고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산모 고령화와 난임으로 인한 인공수정의 증가로 미숙아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다행히 치료 기술이 발전해 미숙아 치료 성공률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라며 "미숙아를 가진 많은 가족분들이 건우를 보며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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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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