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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사망 40일만에…서울대총장, 유족 만나 재발방지 약속
"노동자 존중 문화 미흡" 인정…유족 “증언 나선 동료근로자 보호해달라”
2021-08-05 15:00:43 2021-08-05 15:00:43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을 만나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사건 발생 40일 만이다. 오세정 총장은 서울대 내 노동자 존중 문화가 미흡하다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5일 오 총장은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오 총장은 "일찍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고 했으나 그동안 고용노동부와 인권센터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전화를 드리고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이번 사안으로 피해 입은 근로자 여러분께도 다시 한번 진심의 위로와 사과 말씀 전한다"고 했다.
 
오 총장은 최근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좀 더 넓게 근로자의 인권도 생각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조직문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장기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고인의 남편이자 서울대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는 서울대 내에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등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임금교섭에 들어갈 때마다 느끼지만 (노동자들을) 학교 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의 판단이 조금이라도 빨랐으면 우리 가족이 우격다짐으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불쌍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직원 중 한 명이 전화가 와서 조의금 돌려달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제가 싫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씨는 또 서울대 당국에 증언했던 근로자들이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았으면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씨는 "저희 아내와 같이 일했던, 용기를 내 증언했던 동료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 조치가 급하다"며 "그분들이 정년까지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함께 고인과 근무했던 근로자 역시 "그동안 겪었던 일들은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라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증언에 대해 오 총장은 "이번 사태에서 느낀 것 중 하나가 타인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제도적 안정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분들이 동료이고 같은 구성원이라는 태도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전국민주 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노동조합)과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교내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인력 확충과 생활임금 지급 등 실질적인 처우개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극심한 노동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 갑질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서울대 관계자는 갑질 행위를 두둔했으며 서울대 당국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사과도 책임 인정도, 실질적인 대책 제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노사 공동 산업재해 조사단을 구성하자는 노동조합 측의 요구에도 거절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30일 고용노동부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일부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고 판단해 서울대학교에 개선을 지도했다”며 “개선지도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서울대를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하는 등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가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청소노동자 사망 유족 및 노동자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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