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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전 기자 무죄 "취재윤리 부적절...형법상 강요는 아냐"(종합)
재판부 "실제 검찰에 대한 영향력 없어 강요죄 성립 안돼"
"강제수사 언급은 부정적 전망…검찰과 연결된 구체적 정보 아니야"
"5차례 서신, 발생 가능한 구체적 해악 고지 해당 안돼"
"취재윤리 위반해도 형법 적용할 땐 언론의자유 위축되지 않게 해야"
2021-07-16 15:51:07 2021-07-16 18:22:31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취재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알려달라고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백모 기자 역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판사는 16일 강요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기자에 대해 "언론은 헌법상 정보원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하고 공표할 자유가 있다"며 "언론사 기자가 공적인 사실에 대해 정보원에게 취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가 부적절해도 형법상 강요죄를 의율함에 있어서는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이 전 기자가 수감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유 이사장 비위 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신라젠 관련 검찰 수사로 가족이 처벌 받을 것'이라고 한 행위가 형법상 강요죄 처벌대상인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부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검찰 수사라는 해악을 고지했지만, 이를 시행하는 주체가 검찰인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여러 언론이 신라젠 취재에 뛰어든 상황에서 유 이사장과 신라젠 연루설이 이미 공론화된 점, 이 전 기자가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질 점을 예상할 수 있던 점, 그가 검찰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낮은 점 등도 무죄 판단에 영향을 줬다.
 
재판부는 "가족과 재산에 대한 강제수사는 부정적인 전망이지만 그 자체로서는 검찰과 연결된 구체적인 정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명시적이고 묵시적인 행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되려면 이 전 기자가 신라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명시적이고 묵시적인 행동을 하거나 좌우될 것으로 피해자가 인식할 때에 한한다"며 "이 전 기자가 5차례 보낸 서신으로 발생 가능한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어질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법리적으로는 무죄지만, 앞으로 취재 윤리를 지키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임에도 특종 취재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그 가족에 대한 처벌 가능성까지 운운하면서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며 "명백히 기자로서의 취재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언론인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서 단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 판결의 결론이 결코 피고인들이 행한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 측은 무죄 선고 직후 "재판 과정을 통해 억울함이 밝혀진 만큼, 어떠한 정치적 배경으로 사건이 만들어졌는지, 진행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은 없었는지, 제보자, MBC, 정치인 간 '정언유착'은 없었는지도 '동일한 강도'로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을 검찰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지난해 2월~3월 백 기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5차례 편지를 보내 유 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한동훈 검사장 연루 의혹으로 '검언유착 사건'이라 불렸다. 하지만 검찰은 한 검사장을 이 전 기자와 함께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검언유착 의혹 관련 압수수색 도중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정 차장검사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2일 열린다.
 
'검·언유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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