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정영' 관계 인정한 크래프톤, 상장·인도진출 어쩌나
7월 상장 앞두고 '텐센트'와 '화평정영' 로열티 계약 의혹 불거져
'기술자문 관련 수수료'란 해명에…업계 "꼼수" 지적
일각선 중국·인도 등 서비스 중단 가능성 거론도
입력 : 2021-06-18 19:27:00 수정 : 2021-06-18 19:27: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크래프톤이 중국 텐센트의 게임 '화평정영'과 관련해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선 '화평정영'의 내용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다를 바 없다며, 사실상 크래프톤이 중국 텐센트를 통해 ‘내자 판호(중국 게임의 현지서비스 허가권)’를 우회로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 내 게임 서비스에도 먹구름이 낄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다음달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지난 16일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예비투자설명서를 통해 “중국 텐센트가 개발·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배그 모바일)이 별개의 게임이라며 텐센트와의 관계를 부정하던 입장을 180도 뒤집은 발언이라 논란이 일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크래프톤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16.4%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지분 15.5%를 보유한 중국 텐센트다. 사진/뉴시스
 
‘화평정영’은 크래프톤의 2대주주 텐센트가 지난 2019년 5월 중국에서 출시한 게임으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유사한 게임으로 알려졌다. 앞서 업계에선 ‘화평정영’이 크래프톤의 대표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이름만 바꿔 중국에서 우회로 판호를 획득한 게임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미 불거져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이같은 의혹을 그간 부인해왔다.
 
다만 크래프톤이 이번에 공개한 예비투자 설명서엔 크래프톤의 매출 대다수가 ‘화평정영’과 관련한 수익일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나온다. 예비투자 설명서에는 “주요 매출처는 게임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A사가 매출액 68.1%를 차지하고 있다”고 기술됐다. 업계는 A사를 텐센트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텐센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매출을 살펴보면 크래프톤은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만 전체 매출 1조6704억원 가운데 84.8%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은 여전히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별개이며 로열티도 받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화평정영’에서 크래프톤의 역할은 기술 자문에 국한되며, 또한 ‘화평정영’과 관련해 크래프톤이 거두고 있는 수익은 로열티가 아니라 기술자문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포스터 이미지. 사진/크래프톤
 
반면 게임업계와 학계에선 ‘화평정영’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사실상 같은 게임으로, 크래프톤이 중국 판호 규제를 피하고자 텐센트를 앞세워 라이선스 게임으로 우회해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IP(지식재산권)를 가지고 와서 쓰는 것이기에 규정상 외자판호(해외 게임의 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로 받아야 하는데 내자판호로 로열티를 받아 서비스를 펼쳐놓고, 나중에 텐센트에 대해 ‘기술고문’을 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것은 꼼수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 역시 “크래프톤이 언급한 ‘기술자문료’를 정기적으로 받았다는 것은 사실상 텐센트가 계약할 때 기술자문료 형태로 로열티를 지급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해석했다.
 
만약 텐센트와 관련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다음달 예정된 크래프톤 상장에도 일정 정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문제로 인해 중국은 물론 인도로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그 모바일은 크래프톤의 전체 매출 중 80%를 차지하는데, 특히 인도는 아시아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앞서 2019년 10월 크래프톤은 판호 획득에 실패해 중국에서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이후 인도에 배그 모바일의 무게추를 싣는 모습이었지만, 지난해말 인도에서 중국과의 국경 분쟁 등이 심화되면서 배그 모바일 서비스 중단 사태를 겪기도 했다. 배그 모바일을 인도에 유통하던 회사가 다름 아닌 중국의 텐센트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크래프톤은 텐센트를 제외하고 단독으로 인도 내 배그 모바일 출시 준비에 나섰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사전예약에서만 2000만명 이상을 확보하며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 관련 판호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도 정부가 또다시 서비스 출시를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에서 우회 판호 획득에 대해 문제 삼으면 판호가 취소될 수 있다”며 “증권신고서에서도 이를 위험요소라고 봤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 학회장 역시 “차라리 처음 문제 제기가 됐을 때 솔직하게 ‘기술자문료’라고 말했더라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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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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