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죽어나가야"…중대재해법 개정 한 목소리
광주 건설 붕괴…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사
학계·건설업계 "처벌 강화해 안전의식 높여야"
입력 : 2021-06-13 06:00:00 수정 : 2021-06-13 06:00:00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공사 중 붕괴된 건물이 지나가던 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인근 상인이 촬영한 철거공사 전 건물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광주광역시 재개발 사업지 철거현장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붕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철거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위험한 작업 과정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방식으로 철거를 했다는 것이다. 제도적인 안전장치 이외에 사고 발생시 관련 업체의 처벌을 강화해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철거는 건물 옆에 흙을 쌓고 그 위에서 굴삭기가 건물을 밀어내 철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 고층 건물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 한 개 층씩 무너트리며 철거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철거 건물이 5층으로 높지 않았고 평지에 위치해 있어, 반대쪽에 지지대를 세우고 건물을 지지대쪽으로 밀면서 부쉈다.
 
12일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철거 방식이 붕괴 사고를 야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위층을 둔 채 저층을 먼저 떼어내면서 건물의 균형이 무너졌고, 이런 상황에서 철거를 위해 건물 옆에 쌓아올린 흙이 건물 안으로 유입하면서 건물을 미는 힘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작업에서 사고 발생 여지가 있는 방식으로 철거를 했다는 것이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보통 철거 과정에서 건물의 불균형이 생길 때 주저앉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 붕괴 사고처럼 옆으로 전도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라며 “철거 과정은 건물이 가장 불안전한 상황인데 현장의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라고 비판했다.
 
이공희 국민대 건축학과 교수도 “안전 관리 소홀은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다”라며 “제도를 잘 지키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학계뿐 아니라 건설업계에서도 안전 의식 부재를 문제 삼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모든 작업 과정에서는 감리자의 허가가 필요한데, 이번 사고에선 감리자도 없어 사고 발생을 막지 못했다”라며 “안전 관리가 지나치게 안이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사고 발생 기업을 대상으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절차를 규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현장 안전 의식의 문제가 사고를 막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붕괴 사고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규정대로 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라며 “공사 실행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정한 공사비 지급과 더불어 안전 규정 등을 위반할 때 가해지는 패널티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의무 등을 위반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1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제외 규탄 한국노총·산업재해예방단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이 법의 시행은 내년부터다. 이번 광주 붕괴 사고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받지 않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이런 탓에, 법안이 당초 취지와 달리 상당부분 후퇴했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 원청 시공사뿐만 아니라 발주처와 공무원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지만 법안에는 모두 빠졌다.
  
이조은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중대재해법이 시행 전이기 때문에 이번 광주 붕괴 사고의 책임자들은 이 법에서 규정하는 처벌은 받기 어렵다”라며 “중대재해법의 많은 내용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후퇴했는데, 더 이상 법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라도 꼼꼼한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 시행이 내년부터지만 관련 정부 부처는 중대재해법 시행 전 사각지대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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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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