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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수술실 CCTV 설치, 국회 법 당장 처리하라
2021-05-28 06:00:00 2021-05-28 06:00:00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상습적으로 벌어진 행정 직원들의 집단적인 불법 수술 의혹 폭로로 의료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내부 고발로 드러난 이 병원의 불법 실상은 모두를 경악케 할 정도다. 이 병원에서는 다수의 행정 직원과 간부들이 환자를 직접 수술하고 절개 부위를 꿰매는 등 불법을 오랫동안 자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 모든 불법의 정점에는 병원장을 비롯한 의사들이 있다. 보건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한 방송의 폭로 보도로 이 병원의 불법 추문이 드러나자 뒤늦게 부랴부랴 그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병원과 유사한 사례는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하거나 의사면허를 불법으로 대여 받아 수술을 하거나 병원을 경영하는가 하면, 의료기기 업체 직원들이 새로운 의료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의사를 곁에 두고 의사 행세를 하며 버젓이 시술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어떤 병원에서는 간호사 등에게 의사 역할을 하도록 강요해 간호사가 수술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 의료계의 이런 고질병이 고쳐지지 않는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의사들에게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 국회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병원에서만 이런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 등 불법이 이루어졌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것도 병원에서 무자격자가 불법 수술을 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돈 때문이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다.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으면 그에 걸맞게 의사 수를 늘리면 될 일인데 인건비가 비싼 의사 대신 갑을 관계에 있는 행정직원들을 수술실로 불러들여 불법 의료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다. 환자의 안전이나 생명보다는 돈이 우선이다. 적어도 불법 의료 행위를 강요하거나 묵인하는 의사들에게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근절되지 않고 수시로 재발하는 ‘가짜의사’들의 불법 의료행위를 뿌리 뽑을  방법은 없는가. 물론 있다. 몇 가지만 하면 된다. 결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도, 정부도, 의사단체도 이를 나몰라하거나 관련 규제 법규를 만드는데 반대해왔다. 병원에서 자행되는 무자격자 불법 의료 행위는 대다수 선량하고 양심적인 의사와 병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 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궁극적으로 의사들의 손해와 환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먼저 수술실에 이루어지는 수술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는 대리수술, 무자격자의 수술과 애초 맡기로 했던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집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해준다.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시시비비를 확실하게 가려줄 수 있다. CCTV 설치는 환자와 의료인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의료계는 줄곧 반대해왔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궁색한 논리다. 응급실에는 현재 이것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인천 척추전문병원 사건을 계기로 늦어도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돼 있는 이런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미적거리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요 민생을 내팽개치는 처사다.
 
둘째, 병원에서 무자격자가 의료행위를 하다가 적발됐을 때, 그리고 그 불법 행위가 환자의 생명·안전과 관련이 있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을 경우 이를 강요하거나 묵인한 의사, 불법 행위를 한 당사자 모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최근 광주지법에서 자신의 병원에서 무자격 돌팔이 의사가 지방이식 수술과 눈 수술 등 성형수술을 하도록 해주고 수입을 나눠가진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의 선고가 내려졌다.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사에게는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번 다시 그런 불법을 저지를 엄두를 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 의사는 조만간 다시 환자를 진료하게 될 것이다.
 
셋째 적어도 병원에서 불법, 특히 무자격자 불법 수술과 관련된 의사에 대해서는 장기간 면허정지를 하고 그 정도가 심한 의사에 대해서는 면허를 영구 박탈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불법을 저지른 의사들에 대한 징계를 하는 둥 마는 둥 해왔다. 우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같은 일부 의사에 대해 의사단체가 두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의 집단이라면 기본적인 양식과 양심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만 이루어진다면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이 혀를 차게 만드는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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