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아빠, 이대남이 뭐에요?
2021-05-21 06:00:00 2021-05-21 06:00:00

"이화여대에 남자가 갈 수 있어?" 
지난 주 6학년인 아들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황당해 하는 나를 보고 질문한 이유를 말해줬다. 학원갔다 오는 길에 대화 내용은 다 듣지 못했지만 형, 누나들이 "이대남"이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이화여대는 여대인데 남자들도 갈 수 있냐는 거다.  잘 설명을 해주고 요즘 친구랑 이야기할 때도 단어 사용을 주의하라고 했지만 초등학생 아들이 얼마나 이해를 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최근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남혐(남자 혐오)'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의 발단은 편의점 GS25가 공개한 캠핑용품 관련 이벤트 홍보 포스터의 손가락 모양 로고와 소지지 일러스트 때문이다.
 
해당 포스터 디자인이 남성 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남성을 혐오하는 표현에 사용되는 손 모양이 사용됐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손 모양은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을 모두 접은 형태로, 메갈리아에서는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는 의미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GS25는 문제가 된 포스터를 삭제하고 사장이 직접 공식 사과문을 올렸지만 사태는 불매운동을 넘어  제너시스BBQ, 무신사, 오비맥주, 교촌치킨, CU, 이마트, 다이소 등 일명 '메갈 찾기' 로 확산되면서 유통업계는 때아닌 불똥이 떨어졌다. 또 손가락 모양에 이어 여초 사이트에서 주로 쓰여 남혐 표현이라는 의혹을 받은 ‘오조오억’ ‘허버허버’ 등의 단어가 사용된 홍보 문구들도 줄줄이 비난 대상에 오르면서 정치, 사회 전반으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남성 이용자가 많은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허버허버'가 남성이 밥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오조오억' 역시 남성 정자가 쓸데없이 5조5억개나 된다는 뜻을 내포한 혐오 표현이라는 것.  하지만 해당 용어가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거나 단순히 행동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여성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이지만, 남성 혐오의 뜻은 없다는 반박도 있다.
 
남혐에 앞서 여혐논란이 먼저였다. 지난 17일은 우리 사회 '젠더 갈등'에 불을 붙인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김모(39)씨는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남녀 공용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그 전에 들어온 남성 6명은 그냥 보내고 여성이 들어오길 기다린 것.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여성이 들어오자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가해자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5년간 미투운동, 스쿨미투, 낙태죄 헌법소원, 데이트폭력 공론화, n번방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 강남역 살인사건이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젠더갈등은 현재 정치권을 물론,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남녀 간 편을 갈라 서로 증오하고 공격하는 수준까지 왔다.  
 
무기력, 우울감, 좌절감으로 살아가는 현재 청년들의 젠더갈등은 어쩌면 기성세대와 우리 사회의 잘못이 크다. 심각한 취업난과 각종 스트레스에 빠진 젊은 세대들은 서로를 이해할 시간, 여유 조차 없다. 정부와 사회는 차별과 혐오라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책임감 있게 통합할 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기성세대는 그동안 가정과 직장에서 무심코, 아님 모른척 지나쳐왔던  차별적 요소를 개선하고 바꿔야한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은 생물학적 구분에 불과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은 두지말자 . 풍자는 이해하지만 지나치면 안된다. 극단으로 치닫는 남녀간 혐오와 증오는 또 다른 피해를 부를 뿐이다.  먼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박상효 산업2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