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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 두고 현대차 노사관계 급변…임단협 가시밭길 예고
노조 "강행하면 공존공생 요원"…갈등 장기화 시 총파업 우려
2021-05-20 06:03:15 2021-05-20 06:03:15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상생과 협력을 모색하던 현대차(005380) 노사관계에 불똥이 떨어졌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 결정에 노조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시작된 모양새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 결정은 이달 열릴 예정인 임단협의 가장 큰 변수가 됐고 양측의 갈등이 길어진다면 총파업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현대차 노조가 1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현대차 노조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 등을 담은 74억 달러(약 8조4000억원)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올 초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이후 설비투자를 비롯해 미국 정부 및 기업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투자 계획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해외 투자와 현지생산 탓에 국내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17일 성명을 통해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 불신이 큰 마당에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단협을 어기면서까지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사측이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대차 단협 42조는 회사가 해외공장 신설이나 신차 투입을 결정하면 사전에 노조 설명회를 열고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이번 미국 투자 결정은 단협 42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4차산업 시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투자계획부터 생산개발 과정까지 노동조합과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산업이 격변하는데 기술 선점과 고용 보장을 위한 새로운 노사가 관계가 필요하다"며 "사측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공개적으로 해외 투자 반대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달 말 예정된 현대차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합심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차원에서 11년 만에 기본급 동결을 합의했다. 따라서 올해 요구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올해 하반기 민주노총 총파업까지 갈등이 지속되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민주노총이 11월 노동자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어서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소속이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양측의 합의안이 최대한 빠른 시간에 도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경쟁업체인 르노삼성은 노조의 전면 파업과 사측의 부분 직장 폐쇄가 거듭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지난 14일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올해 요구안에는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올해 임단협은 빠르면 다음주 중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임단협 상견례와 더불어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상견례에서 미국 투자건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이고 경영설명회를 거쳐 추후 상황을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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