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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마스크' 정책 혼선…"옳은 결정이 잘못 다뤄져"
WP '노 마스크' 지침 내막 보도…"백악관-보건당국 소통 부족"
CDC 국장 "마스크 써야" 이틀 만에 번복, 백악관엔 전날 저녁 통보
2021-05-17 08:22:00 2021-05-17 08:28:21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미국 보건당국이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방역지침을 발표했지만, 백악관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이틀 뒤인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 실내외 대부분의 경우에서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14개월간 계속된 미국의 코로나19과의 사투에서 가장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될 새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15명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와 전문가 등을 취재, ‘잘못 다뤄진 옳은 결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 내막을 전했다. WP에 따르면 월렌스키 국장은 상원 청문회 전날인 10일 밤 이미 마스크 착용을 대폭 완화하는 새 지침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에게는 발표 전날인 12일 저녁 6시에 알려줬다. 백악관 참모들에게 전파된 건 오후 9시쯤이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발표 당일 아침에나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백악관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일 오후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이 급히 잡혔고 연설문을 마련하느라 참모들이 바빠졌다. 백악관에서는 이런 중대한 결정을 직전에야 알려준 데 대한 불만이 나왔다.
 
중대 발표인 만큼 국민들이 궁금해할 내용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은데 CDC가 아무 낌새도 보이지 않다가 발표 전날 저녁에야 알려줬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은 발표 타이밍에 주목한다고 WP는 지적했다. 송유관 해킹 사태로 국민들이 주유소에 길게 줄을 서고 이스라엘에서는 충돌이 격화하고 인플레이션 공포로 시장이 어수선할 때 갑작스럽게 바이든 대통령이 득을 볼 수 있는 발표가 나왔다는 것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월렌스키 국장은 일요일인 16일 ABC·NBC·CNN·폭스뉴스 등 인터뷰에 연달아 응해 “지난 2주간 백신 접종 및 확진 감소 등에 따른 과학적 데이터의 진전이 있었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지침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가 가능해졌을 때 가능한 한 빨리 발표한 것”이라면서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정직한 것”이라며 “백신을 맞지 않고 마스크도 쓰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과 코로나19 대응 최신 지침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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