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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보다 더 악당 같은 다크 히어로, 열광하는 이유
2021-05-11 15:32:29 2021-05-11 15:32:29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최근 드라마에서 다크 히어로가 뜨고 있다. 다크 히어로는 전통적인 영웅과 비교했을 때 불완전하고 결함이 있는 캐릭터를 지칭하는 말이다. 다크 히어로라는 용어는 영미권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단어다. 영미권에서는 전통 히어로와 안티 히어로로만 구분되어 있다. 안티 히어로는 악당 같은 영웅을 지칭하는 단어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에서 다크 안티 히어로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영미권에서 다크 히어로라는 단어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크 히어로는 안티 히어로의 하위 분류로 구분되기도 한다.
 
다크 히어로는 영웅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있다. 전통 히어로가 인류 구원, 혹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희생을 하는 반면 다크 히어로는 복수나 속죄 같은 개인적 욕구가 동기가 된다. 그러다 보니 다크 히어로가 과거의 불합리한 사건으로 인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렇기에 다크 히어로는 거칠고 과격하며 자비가 없다. 또한 자신이 법과 도덕 등에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도덕, 윤리, 법률 등을 무시한다. 그러다 보니 악에 대응하기 위해 악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역시 다크 히어로를 내세운 드라마다. 빈센조(송중기 분)악을 악으로 처단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악당을 처단한다. 빈센조는 빌런 장준우(옥택연 분)와 그에 빌붙어 악행을 저지른 최명희(김여진 분)을 가장 악당다운 방식으로 처단한다. 이들과의 대립도 지극히 사적인 이유에서다. 빈센조는 금가프라자에 묻힌 금괴를 꺼내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재개발을 위해 금가프라자를 노리는 바벨 그룹과 대립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정의구현을 하게 된다. 특히 빈센조가 보여주는 악당을 처리하는 방식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처벌이다. 법과 정의가 통하지 않은 권력자들을 붕괴시키기 위해 더 악랄한 악당의 방식을 사용한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역시 다크 히어로를 내세운 드라마다. 베일에 가려진 택시 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 분)는 사회에서 격리 되어야 마땅한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폭행, 납치는 기본이고 해킹을 하는 등 온갖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한다. 특히 모범택시에 등장하는 다크 히어로들은 다크 히어로의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무지개 운수 식구들은 각자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안고은(표예진 분)은 자신의 언니가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돼 자살을 한 아픔을, 최주임(장혁진 분)과 박주임(배유람 분)은 방화범으로 인해 동생을 잃은 슬픔을 가지고 있다. 파랑새 재단을 운영하며 무지개 운수의 대표인 장성철(김의성 분)과 김도기 역시 살인범에 의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이다.
 
더구나 모범택시빈센조보다 더 현실에 맞닿아 있다. ‘모범택시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현실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 음란물 불법 유통, 보이스 피싱 등과 같은 사건을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조두순 사건, 웹하드 양진호 폭행 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 사건 등이 모범택시의 모티브가 됐다. 이러한 사건을 무지개 운수와 김도기는 온갖 불법으로 악을 처단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다크 히어로, 어찌 보면 범죄자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벌어진 각종 강력 범죄 사건의 처벌에 국민들이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분을 일으킨 각종 범죄 사건이 형량이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게 나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적 잣대인 법이 정한 형량이기에 국민들은 그저 분노하는 방법 밖에 없다. 현재까지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조두순 역시 그의 형량에 국민들이 분노를 했다. 그의 출소 당일 수많은 시민들이 현장을 찾아가 출소 장면을 지켜봤고 자택을 찾아가기까지 했다. 그리고 경찰은 분노한 시민들에게서 조두순을 지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모범택시에서는 다르다. 희대의 성범죄자 조도철은 김도기의 택시에 탔다가 납치가 돼 사회에서 격리가 된다.
 
그렇다면 왜 시청자들은 다크 히어로에 열광하는 것인가. 다크 히어로는 고전 작품에서도 자주 봐온 형태다. ‘홍길동전’, ‘임꺽정 이야기’, ‘로빈 후드등은 위정자들의 입장에서는 도둑이지만 국민들에게는 의적으로 추앙 받는 존재다. 국민이 생각하는 정의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건이 쌓여 갈수록 다크 히어로에 대해 열광할 수 밖에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해도 문학적 상상으로 범죄자를 혼내줄 수 있다는 통쾌함이 다크 히어로에 열광하는 이유다.
 
빈센조, 모범택시. 사진/tvN, SBS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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