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고소득층 해외여행 갈 돈으로 '차' 바꿨다
5분위 운송기구 실질 소비증가 16.4%↑
대면서비스 소비 6.6% 감소 '가장 커'
"당분간 완화적 경제정책 지속 필요"
2021-05-11 15:56:04 2021-05-11 16:40:07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코로나발 여파로 외식·여행에 써야할 ‘고소득가구’의 소비가 자동차 구매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경제위기를 겪을 경우 자동차 등 내구재 구입을 줄어드는 형상과 달리 코로나19 때는 되레 반대였다.
 
반면, 처분소득 증가율이 가장 낮은 ‘중위소득’의 경우 내구재소비를 줄이고 예비적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될 경우 ‘고소득가구’를 중심으로 가계소비 회복세가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발표한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가계소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소득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내구재 소비는 19.6%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경우는 운송기구 관련 지출이 27.4% 규모였다.
 
자동차 등 운송기구의 폭발적 증가는 3분위나 4분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양상이다. 3분위는 7.4%, 4분위는 4.4% 감소했다. 2분위는 0.4%, 1분위는 1.2% 늘긴 했으나 소폭에 그쳤다. 5분위의 구매력으로 전체 자동차 등 운송기구의 실질 소비증가률은 15.2% 증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발표한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가계소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소득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내구재 소비는 19.6% 증가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5분위의 준내구재 및 대면서비스 소비는 6.6% 줄었다. 모든 분위(1분위 -0.5%, 2분위 -1.2%, 3분위 -1.6%, 4분위 -2.2%)에서 줄었으나 고소득가구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등으로 대면서비스인 외식과 여행 등이 줄자, 소비 여력을 자동차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반면, 중간소득 계층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질적인 충격과 불확실성에 가장 크게 노출되면서 저축을 늘렸다. 소득 3분위 가구의 소비규모 대비 예비적 저축의 비중은 모든 소득 분위 중 가장 높은 10.1%로 나타났다. 
 
조덕상 KDI 경제전망실 전망 총괄은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큰 고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자동차 등 비대면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반면 처분소득 증가율이 가장 낮은 중위소득 계층의 경우 코로나19의 충격이 가장 크게 노출됨에 따라 내구재소비를 줄이고 예비적 저축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시에는 통상 가계가 내구재 구입을 미루는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지만 코로나19 위기에는 내구재 소비가 오히려 증가했다. 가계의 실질내구재소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분기에 전년대비 10.2% 감소했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2분기에는 19.7% 증가했다. 
 
이 같은 가계소득 변화는 코로나19의 확산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된다면 가계소비의 회복세가 그간 부진했던 대면소비를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KDI 측은 전망했다. 또 가계소비는 코로나19 진단면역이 가사화되기 전까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완화적 거시경제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덕상 총괄은 "낮은 이자율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을 완충하고 있으므로 당분간 완화적 통화 정책을 통해 가계 소비를 비롯한 경기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가계의 시장소득 감소가 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합리적 범위와 수준에서 재정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5분위의 소득 상위 20% 가구는 내구재 소비를 19.6% 늘렸다. 사진은 신차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