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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투자'로 레지던스 부상…규제 예고는 투자 변수
수백대 1 달하는 청약 경쟁률, 분양권엔 수억원 웃돈
숙발시설 주거용 사용금지에 이행 강제금 부과 등 규제
2021-04-18 07:00:00 2021-04-18 07:00:00
생활숙박시설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둘러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에 투자 열기가 뜨겁다. 청약 경쟁률이 수십대 1에서 수백대 1에 달하고, 분양권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아파트를 옥죄는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숙박시설은 규제가 비교적 덜해 투자 수요가 유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슬 드메르’는 평균 경쟁률이 약 356대 1로 치솟았다. 1221실 모집에 약 43만명이 몰렸다. 자체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청약에 수십만명의 수요자가 몰리면서, 한때 서버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청약을 진행한 다른 생활숙박시설에서도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현대건설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짓는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은 608실에 6만5498명이 찾아 평균 107대 1 경쟁률을 찍었다. 대우건설이 공급하는 ‘평촌 푸르지오 센트럴파크’는 552실에 6만6704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121대 1을 기록했다.
 
이밖에 ‘시흥 웨이브파크 푸르지오 시티’가 평균 26대 1,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가 평균 38대 1 경쟁률을 올렸다. 아파트 못지 않은 청약 열기가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30대 직장인 백모씨는 “생활숙박시설 청약 소식이 들릴 때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라며 “최근 한 곳에 접수를 했으나 경쟁률이 너무 높아 당첨은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이들 생활숙박시설은 분양권에 억대의 웃돈도 붙는 상황이다. 롯데캐슬 드메르는 전용 90㎡ 분양권 매물이 8억7370만원에 올라왔다. 분양가 7억4370만원에 프리미엄(피·P) 1억3000만원이 붙었다. 이 면적대의 다른 분양권은 호가가 10억4040만원이다. 웃돈만 2억5000만원이다. 
 
평촌 푸르지오 센트럴 파크 전용 88㎡ 분양권은 9억950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분양가는 7억4500만원으로 피가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전용 88㎡의 다른 분양권도 피가 1억7000만원 붙어 있다.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 역시 전용 77㎡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1억원 붙었고, 전용 90㎡ 분양권은 피가 1억2000만원이다.
 
생활숙박시설에 이처럼 수요가 몰리는 건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으면서 규제에서 비켜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활숙박시설은 전매 제한이나 청약 규제가 없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받지 않는다.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아 다주택자 규제 부담도 없다. 레지던스로 알려진 생활숙박시설은 개별등기와 전입신고가 가능해 주택상품 대체재로 인식되며 주거용처럼 쓰이고 있는데, 세를 주고 임대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생활숙박시설로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수요가 유입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변수는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규제다. 앞서 1월 국토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숙박시설을 ‘숙박업 신고가 필요한 시설’로 명확히 규정하고 건축법 시해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이 바뀌면 더 이상 생활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쓸 수 없게 된다. 장기적인 주거 임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가 차단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이미 분양된 레지던스에 대해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경하도록 하고,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주택으로 계속 사용한다면 용도 변경을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허가받은 대로 숙박업 신고를 해야 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암묵적으로 계속돼 온 주거 임대 목적의 수요자에게는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는 등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돈을 쫓는 수요는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 위축의 정도가 크게 나타날 것이냐, 의외로 적을 것이냐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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