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덕동 '택배 대란'…결국 다시 손수레 끈 택배기사들
A아파트 택배차량 지상 출입 중단 결정에 택배노조 14일 개별 배송 중단
주민들 항의, 부담 커진 택배 기사들, 15일 다시 손수레 배송
저상차랑 개조, 비용·업무 부담…택배 노조, 16일 입장 발표 예정
입력 : 2021-04-15 18:08:26 수정 : 2021-04-16 14:02:55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동 소재 A아파트와 택배 기사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 금지에 '개별 배송 중단'을 선언했던 택배기사들은 결국 하루 만에 손수레 배송에 나섰다. 배송 책임에 대한 부담과 주민들의 항의에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A아파트 '택배차량 지상 출입 제한'…"저상 차량 교체, 현실적 대안 안돼"
 
15일 오전 고덕동 A아파트 앞 상일동역 1번 출구에는 전일 배송된 택배 물품들이 쌓여있었다. 택배노조는 전일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권리를 위해 단지 앞에 물건을 적재하고 입주민에게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택배 노조가 설치해 놓은 A아파트 앞 '택배 찾는곳'에는 아직 찾아가지 않은 택배들이 동별로 분류되어 있었고, 택배를 찾아가는 입주민들도 하나 둘 보였다.
 
고덕동 A아파트의 택배 갈등은 지난 1일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통제하면서부터다. '지상공원형 아파트'인 A아파트는 주민들의 안전 문제와 보도블록 훼손 등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통제하고,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입구에서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할 것을 요구했다. 
 
A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는 2.3m다. 다만 일반 택배차량(탑차)의 전고는 대부분 2.5m로, 지하주차장 진입이 불가능하다. 아파트측은 저상 택배차량을 사용하라고 권고했으나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일반 택배차량을 저상 차량으로 개조하려면 한 대당 300만~4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택배 기사 대부분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차량을 바꾸려면 기사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저상 차량은 높이가 낮아 택배 물량을 정리하고 내리는 동안 허리를 숙여야 해서 택배 기사의 건강에도 무리가 간다. 53개동, 5000여 가구가 사는 A아파트의 택배 물량을 일일이 손수레로 배송하는 것은 택배 기사의 노동 시간을 가중시킨다. 
 
불편을 겪기는 입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개별 배송 중단 후 택배 기사들은 고객들에게 문자로 '단지 앞 배송'을 안내하며 양해를 구했다. 일부 입주민은 물품을 찾을 때 '고생이 많다'며 미안함을 전했고, 또 다른 입주민은 개별 배송 중단에 항의하기도 했다. 
 
A아파트 앞 '택배 찾는곳'에서 만난 한 택배 기사는 "(단지 앞 배송)안내 문자를 보내면 답장으로 이 상황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시기도 했다"며 "지상 차량 통제는 A아파트의 결정이지만 입주민 모두가 같은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의 택배차량 지상 출입 제한에 지난 14일 개별 배송을 중단했던 택배노조는 15일 다시 손수레로 개별 배송을 실시했다. 사진/심수진 기자
 
하루 만에 다시 손수레 배송…"택배 기사들 부담 커"
 
그러나 택배 기사들은 개별 배송 중단을 결정한지 하루 만에 다시 손수레를 끌었다. 전일 도착한 택배는 아파트 앞에 여전히 쌓여있지만 이날 도착한 물량은 개별 배송됐다. 15일 오후 택배 물량을 찾으러 온 입주민에게 택배 기사들은 '오늘 배송 문자를 받았다면 집으로 정상 배송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단지 앞 배송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 제기에 다시 개별 배송에 나선 것이다. 택배 노조 관계자는 "단지 앞 배송을 실시하고, 고객들에게 수차례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지만 택배 기사가 느끼는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며 "개별 배송이 어렵다는 것에 (택배 기사들)모두가 동의하고 있지만 결국 오늘은 손수레로 개별 배송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와 A아파트의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택배 노조는 입주자 대표회의측에 협상을 위한 대화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13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고, 14일부터 개별 배송을 중단했다.
 
전일 택배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입주자 대표회의는 1년의 유예기간을 말했지만 이는 택배 노동자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한 것"이라며 "입주민의 편리한 택배 서비스 이용과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은 택배 노동자에게 더 힘든 노동과 비용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A아파트측은 14일 노조측에 공문을 보내 "사안의 해결을 위해 노력중이었는데 입주민을 '갑질' 프레임으로 매도했다"며 "노조의 일방적 매도 행위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협상 요청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양측은 개별 배송 중단 이후에도 협상을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택배노조측은 입주민 대표회의와 유선상의 연락도 하지 못한 상황이며 전일 기자회견 후에도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택배 노조는 "입주자 대표측은 지상 출입 통제가 사전에 합의됐다고 밝혔지만 이는 일부와의 결정일 뿐, 택배 기사들은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A아파트 입주민 B씨는 "이 아파트는 공원형 아파트이고 처음부터 택배 차량은 지상 출입을 안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는데 입구에 와서 찾아가라니 답답하다"며 "저상 차량을 이용하면 지하주차장 이용이 가능한데 왜 우리아파트만 문제가 된 것이냐"고 말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택배를 찾아간 C씨는 "입구에 택배를 관리하는 기사분들이 계시지만 여기까지 와서 찾아가는 것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며 "택배기사분들과 아파트가 협상해 문제가 얼른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택배 노조는 오는 16일 단지 앞 배송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노조는 이날 오후 예정이었던 기자회견 일정을 취소하고 16일 노조의 입장과 향후 투쟁 방안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15일 오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 A아파트 앞에서 택배 기사들이 '택배 찾는곳'에 택배를 동별로 분류해 정리하고 있다. 사진/심수진 기자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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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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