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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마·현대 주민들 “재건축 기대감 크지만…시장 혼자 뭘 하겠나”
기대감·비관론 혼재하는 서울 재건축 시장
시의회는 여당 다수, 중앙정부는 민간 규제 완화 부정적
대선 전 부동산 여론에 재건축 속도 판가름 전망
2021-04-11 06:00:00 2021-04-11 06:00:00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입구. 사진/김응열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재건축이요? 시장 바뀌고 기대가 아주 크죠. 약속대로 빨리 규제 좀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를 거닐던 80대 남성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보였다. 현대아파트에 40년동안 살고 있다는 그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정부가 재건축을 막고 세금 부담도 하도 높여서 국민의힘으로 돌아섰다”라며 “시장이 바뀌었으니 재건축이 빨리 됐으면 싶다”라고 말했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강조해온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수장에 앉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선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겠냐며 반색하는 분위기가 짙다.
 
현대아파트는 아직 조합 설립을 준비하는 사업 초기 단계에 있지만, 오 시장 약속대로 규제가 완화되고 사업성이 나아지면 재건축 추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세우면서 취임 후 일주일 안에 민간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현대아파트에선 개발 기대감이 반영된 실거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 7차아파트에서 전용 245㎡ 매물이 이달 5일 80억원에 매매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67억원에서 13억원 급등한 값이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아파트. 사진/김응열
 
현대아파트는 그 전부터도 실거래가격이 치솟았다. 6차 아파트 전용 196㎡ 매물은 지난해 7월 48억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2월에는 54억5000만원으로 올랐고 지난달 16일 6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현대 3차 전용 82㎡도 올해 1월 22억5000만원에서 2월 28억2000만원으로 상승했다. 현대2차 전용 160㎡ 매물은 지난해 12월 42억5000만원에서 이달 5일 54억3000만원으로 급등했다. 
 
현대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기대감이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기 때문에 호가가 계속 올랐고 수요도 계속 붙었다”라며 “최근에는 시장이 바뀐 점도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나이가 많은 집주인은 재건축이 되더라도 언제 입주하겠냐며 호가를 올려서 팔아버리는데 젊은 사람들은 시세가 더 오르길 기다리며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기색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회를 여당이 꽉 잡고 있고 중앙정부의 민간 정비사업 규제 기조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규제를 풀지 않고 있고 시의회도 여당쪽 의석이 다수”라며 “시장만 바뀐다고 재건축이 잘 될 것이라는 예상은 섣부르고,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재건축 대표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읽혔다.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실제 속도가 붙을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이 공존한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응열
 
은마아파트 내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시장이 바뀌고서 재건축이 될 가능성이 커지지 않았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한 40대 남성은 “시장 임기도 짧고 정부가 추가 규제를 발표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며 “대선까지 멀리 봐야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지 어떨지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은마아파트 역시 실거래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그 폭이 현대아파트만큼 크지는 않다. 전용 76㎡ 매물이 지난달 2일 22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월 22억원보다 4000만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은마아파트의 전용 76㎡ 주택형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대체로 20억원을 밑도는 값에 거래됐는데, 하반기 들어서 20억원 초반대로 올랐고 근래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기대감이 전보다 강해진 건 맞지만 매수 문의전화는 아직 드물다”라며 “호가를 올리고 싶다는 집주인도 간혹 있는데 아직 시장이 불붙었다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공공재건축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응열
 
다만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가 과열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여론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 정부가 민간 정비사업을 마냥 묶어 두기에는 운신의 폭이 좁다. 오 시장이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할 동력이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치적 이슈가 덜했다면 서울시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적겠지만, 지금은 대선이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며 “재건축 시장에서 커지는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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