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LP 시대의 귀환②)‘아날로그’ 감성…“LP 교감에 빠진 MZ 세대”
김윤중 도프레코드 대표 인터뷰
“5년 전, LP가 CD 제칠 줄 상상 못해”
2021-03-26 00:00:00 2021-03-27 11:01:4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턴테이블 바늘과의 마찰로 ‘톡톡’ 튀는 소리가 나는 지름 30㎝의 원형판. ‘LP(바이닐)’. 
 
지금 전 세계 레코드 매장에서는 둥근 판들의 주도로 ‘아날로그 반격’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한해 동안 LP 매출액은 1986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CD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도 90년대 브릿팝 붐 이후 LP 판매 증가량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디지털 이행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이는 시대의 ‘역설’. 유튜브 음악 감상이 보편화된 반대 세계에는, 굳이 불편하게 판을 뒤집으며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참고기사 34년 만에 CD 추월한 LP아날로그의 반격]
 
김윤중 도프레코드 대표는 오아시스 한정판이 나오는 날이면 긴 줄을 대비해야 한다. "하루 만에 '조기 품절' 되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5년 전, LP가 CD 제칠 줄 상상도 못해”
 
“LP가 CD를 제치고 ‘메인’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매장의 75%가 LP로 가득한 풍경에 새삼 ‘LP 시대’임을 절감합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도프레코드에서 만난 김윤중 대표가 말했다. 벽면 가득 빼곡한 ‘레코드 성채’ 앞에 앉은 그는 손을 45도 각도로 그리며 “(국내 LP 시장의) 성장세가 이 정도의 각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했다.
 
도프레코드는 메탈·하드코어 레이블을 운영하던 김윤중 대표가 2017년 오픈한 음반 매장이다. 당시 타 음반 매장보다 비교적 많은 수량의 카세트테이프로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 알음알음 입소문을 탔다. 
 
5년 전 CD와 바이닐, 카세트테이프 5만개로 시작한 매장은 현재 25평짜리 창고를 따로 마련할 정도의 음반들로 즐비하다. 초창기 록 음악에 주로 집중했지만 현재는 MZ 세대에 인기 있는 팝 음반부터 일본 시티팝, OST, 가요, 재즈 등 전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요즘은 레이니, 해리 스타일스, 루이 톰린슨, 리암페인의 앨범이 잘 나갑니다. 영블러드나 트로이 시반 같은 젊은 아티스트들의 인기도 좋고요. 오아시스나 콜드플레이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올해 그래미어워드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미국 밴드 '하임'의 픽처리스크 LP가 도프레코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였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아날로그’ 감성, 예술적 교감에 빠진 MZ 세대
 
최근 이 음반점은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까지 빌리 아일리시 테이프나 레드제플린 LP 초판본을 사갈 정도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크게 인기다. 
 
김 대표는 “매장을 찾는 고객의 80% 정도는 10~20대”라며 “카세트나 바이닐을 접했던 세대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고 했다. 
 
“LP를 처음 접하는 세대는 ‘아날로그’ 자체를 신기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큰 앨범 커버부터 가사지까지, 클릭 한 번으로 켜고 끄는 디지털 매체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죠.”
 
그는 “LP를 고르고 턴테이블을 돌리는 과정은 문화 예술의 집약체가 다가오는 경험과 같은 것”이라며 “번거롭고 불편한 과정임에도 예술에 대한 교감과 자각이 이들을 LP 세계로 이끄는 것 같다”고 했다.
 
도프레코드는 특수 음반들을 주로 해외 거래처를 통해 들여온다. 일본과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의 특색있는 레코드점들과 계약을 텄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틈틈이 세계 음반숍들을 돌며 연구도 병행했다. 김 대표는 “고물상 같이 쌓아놓고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도서관처럼 한 눈에 카테고리를 정리해 놓은 곳도 있었다”며 “음반에 대한 애정이 결국 매출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타 매장에서 보기 힘든 음반을 구비하거나 활발한 소셜미디어(SNS) 활용도 도프레코드만의 강점이다. 주로 한정반 소식을 올리면 매장엔 긴 줄이 늘어서곤 한다. 코로나19 이후로도 매장 방문 고객수는 하루 평균 100명 정도로 크게 줄지 않았다.
 
LP 리붐 현상에 최근 지역 곳곳에는 도프레코드 외에도 특색 있는 음반 매장들은 인기를 얻고 있다. 김밥레코즈, 널판, 메타복스, 팝시페텔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곳들은 지난해 11월 마포문화재단이 개최한 ‘마포 바이닐 페스타’에도 참여했다.
 
“음악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갈증이 많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LP가 우리 곁에 다시 온 걸 보면 저 조차 너무 신기합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