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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말라가는 LCC…몸집 줄이고 '버티기' 총력
올해 운영 항공기 11대 감축 예정…추가 자본 확충도 안간힘
2021-03-19 06:21:06 2021-03-19 06:21:06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놓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긴축 정책을 통한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당분간 여객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적인 자본 확충에도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사진/제주항공
 
18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항공사들은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항공기를 상당수 반납하고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적자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유동성 확보가 선결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LCC 가운데 가장 많은 항공기를 운영중인 제주항공이 우선적으로 운영대수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달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사보를 통해 "고정비 등을 감안해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기재는 상당수 반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지난해 1대 감축에 이어 올해에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대씩 총 6대의 항공기를 리스사에 반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올 연말 기준 제주항공의 운영 항공기 대수는 38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진에어도 운영 항공기 대수를 지난해 28대에서 올해 24대까지 줄이며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진에어는 이달 들어 장기 비운항 상태였던 여수~제주, 울산~제주 노선을 폐지하며 수요가 비교적 적은 노선 정리 작업도 진행중이다. 티웨이항공도 지난해 항공기 1대를 반납한 데 이어 올해 리스 계약이 만료되는 1대를 더 반납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여행 수요 급증에 대비해 연말부터 3대의 신규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이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 이어 추가 자본 확충을 위한 LCC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두차례의 자금 조달을 단행했던 제주항공도 올해 1분기 이후 자본잠식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이른 시일에 추가 자금 확충에 나설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5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에서 정책금융 1656억원, 기안기금 321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진에어 역시 내부적으로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LCC들이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것은 당분간 수익을 낼 길이 깜깜하기 때문이다. 당장 LCC들이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구간은 국내선과 무착륙 국제 관광 비행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급이 몰려 가격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LCC들은 1만원 이하의 파격가 항공권을 비롯해 '눈물의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국내 수요 잡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한 정부 지원책에 LCC들의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초 '항공 산업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재도약 방안’을 발표하고 LCC에 3분기까지 최대 2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조건 등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이 정부의 지원책 발표에도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을 보면 그만큼 LCC들의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지원을 하겠다는 결정 자체는 감사한 일이겠지만 적기에 이뤄지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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