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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슬기로운 코로나 시대 생활을 위한 지혜
2021-03-09 06:00:00 2021-03-09 06:00:00
지난 4일 새로운 코로나 치료제에 기대를 걸던 우리에게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일양약품이 백혈병 치료제로 쓰이던 약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했지만 표준 권장 치료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마지막 임상 시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주저앉고 말았다. 일약약품과 투자자, 우리나라에 모두 안타까운 결과였다.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7월 10만원이 넘었던 주가는 이날 하루만에 30%가 떨어져 8개월 만에 3분의 1 수준인 3만5000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제와 주식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는 기업과 업종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 위기가 외려 기회가 된 기업과 업종도 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이어 올 초까지 이어진 상승 장세 속에서도 자신이 투자한 주식 가격이 외려 하락해 울상을 짓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10배 넘는 상승에 환호작약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 진단기기, 백신 관련 기업들의 주가 급등락이 계속되고 있어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결정을 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회사나 언론이 전하는 소식만 믿고 투자를 했다간 낭패를 겪을 위험성이 다분하다. 특히 치료제의 경우 열에 아홉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약물이 있더라도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지금까지 미국, 한국 등에서 몇몇 코로나 치료제가 등장해 병원에서 짧게는 두 달 가량, 길게는 8개월 넘게 코로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쓰이고 있지만 아직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코로나 시대 투자든,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생활이든, 기업이나 자영업 활동이든 슬기로운 판단과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가짜뉴스나 왜곡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회의주의적 태도와 자세가 중요하다. 정보전염병에 감염되면 치료제가 없다. 정보전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백신은 발품과 손품, 그리고 뇌의 정확한 판단이다. 허위 또는 과장 정보에 뇌가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면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에 놓이고 엉뚱한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1년이 넘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오면서 우리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복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이 아니라 ‘사회 내 의도적 감염에 따른 집단 면역 확보 필요성’을 말했던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과 이를 실제로 실천했던 스웨덴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톺아보자. 전 국민 코로나 검사를 통해 한국을 올 3월에 코로나 청정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몇 달 전 국내 유력 바이오기업의 회장 주장이 왜 지금은 쑥 들어갔는가. 
 
코로나 시대에 안전하게 투자하고 감염 예방을 슬기롭게 할 수 있는 지혜는 그동안 누가, 어느 기관·집단이 가장 정확한 정보를 말해왔고 판단을 해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그동안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은 곳과 실수의 빈도가 가장 낮은 사람의 말을 따르는 것이 지혜의 요체다. 이익이 결부돼 있는 경우는 일단 비판적 시각에 따라 정보를 더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과 관련이 있는 일부 전문가들과 미디어에서 소개된 내용도 차분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투자든, 코로나 퇴치든 당장에 벌어질 일에 대한 판단과 예측,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판단과 예측을 다함께 정확하게 해야 한다. 예측은 물론 쉽지 않다. 더군다나 현재로부터 시간이 더 멀리 떨어진 때에 벌어질 일을 예측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코로나가 가져온 세상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 지속될 변화의 큰 모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높은 확실성으로 예측할 수 있다. 비대면 사회, 즉 접촉사회에서 접속사회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접촉과 접속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가 바꾼, 바꿔놓을 사회의 모습에 따라 새로운 과학기술과 산업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란 예측은 틀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다만 그 변화 속도와 양상이 어떻게 나타날 것이냐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또 그런 세계적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국가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코로나 치료제의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 메리트는 백신과 연동돼 있다. 만약 세계가 빠른 속도로 백신을 접종해 코로나가 사라지거나 유행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환자 수가 급감한다면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효과적 치료제가 설혹 나온다 하더라도 실제 사용 대상이 될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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