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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최숙현 선수 사망 원인은 '성과 만능주의·팀 방만 운영'
2021-03-03 16:42:11 2021-03-03 16:42:1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폭행·가혹행위에 못이겨 숨진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의 사망 원인에 대해 경주시가 '성과 만능주의' 관행에 젖어 팀을 방만히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최종 결론냈다.
 
인권위는 3일 최 선수 유족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주시·경주시체육회 등 8개 단체와 기관을 상대로 낸 진정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경주시장과 경주시체육회장에게는 지방체육과 지역체육의 활상화라난 직장운동부 설치 취지에 맞게 구성원 보호와 관리가 작동되도록 규정과 인력을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문체부장관에게도 지방자치단체의 직장운동부가 성과나 경쟁 중심으로만 운영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아울러 권고했다.
 
고 최숙현 가혹 행위 핵심 피고인 중 한 명인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팀 전 감독 김모씨가 2020년 7월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경주시는 소속 직장운동부를 타 지방자치단체와의 경쟁적 성과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면서 "전국체육대회와 도민체육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단기계약(10개월) 선수들을 둔 것 역시 그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주시체육회는 전국체육대회와 도민체육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한 예산 지원 및 선수 (재)계약을 제외하고는, 직장운동부의 훈련, 선수 처우 실태, 적절한 예산 사용 여부 등에 대해 적절히 감독하지 않았다"면서 "감독의 의사결정에 크게 의존하는 등 직장운동부가 감독과 일부 선수들 중심으로 운영되게끔 방치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로 인해, 감독이 부당하게 지원금을 수령하고, 허가하지 않은 물리치료사가 합숙소에서 생활했다"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일부 선수를 위해 타 선수들이 희생하고, 감독·물리치료사·선배 선수가 선수들을 폭행하는 일들이 경주시 직장운동부 내에 발생했음에도 이를 적발하거나 구제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경주시가 경주시체육회에 직장운동부를 위탁하면서 마련한 '경주시청 직장운동부 설치 및 운영관리 내규'는 관리 감독의 구조를 중첩적이고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경주시나 경주시체육회는 관련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예산 편성부터 정산, 선수 재계약과 연봉 등급 평가까지 대부분을 각 팀의 감독에게 의존했다"고 밝혔다.
 
최 선수는 경주시 소속 트라이애슬론 팀 감독, 선배, 물리치료사 등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폭언 등 폭력을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유족들은 경주시청과 경주시체육회 등이 사건을 사실상 방치했다며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같은해 검찰과 경찰도 감독 김모씨 등 가해자들을 수사해 폭행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대구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진관)는 올해 1월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김씨와 함께 기소된 경주시청 소속팀 선수 2명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같은 법원 형사11부(재판장 김상윤)도 같은 달 유사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물리치료사 안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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