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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펀드 예고된 폭락…"신흥국 투자 불안해"
헤알화 3분의 1토막…환 리스크 그대로 노출…전문가 "해외펀드 유행성 인기 조심해야"
2021-03-02 04:00:00 2021-03-02 04: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브라질 부동산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85%를 찍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흥국 펀드 투자에 경고등이 켜졌다. 경기 회복 시기에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은 탄력이 높지만, 언제든지 환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1일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브라질 펀드 94개 가운데 70개가 설정 이후 마이너스 손실을 내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은 올랐지도 헤알화 약세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헤알화는 10년 전 700달러 선에서 현재 200달러 선을 오르내리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원화와 헤알화 간 헤지가 불가능해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헤지형 펀드'여도 실제로는 원화와 달러화만 고정해놓고 달러와 헤알화를 열어두는 경우가 많아 완전히 헤지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실제로 손실 폭이 가장 컸던 브라질 부동산 펀드(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투자신탁 1호)는 편입 자산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헤알화 하락으로 인해 설정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85.3%에 이른다.
 
주식형 펀드들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시장 대표지수인 '보베스파(BOVESPA)'의 최근 5년 수익률은 170%에 이른다. 4만1593에서 2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1만2256포인트까지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장 규모가 큰(689억원) 브라질 펀드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모투자신탁'은 116%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쳤다. 261억원 규모의 '신한브라질증권모투자신탁'은 불과 80% 올랐다.
 
신흥국 펀드 특성상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통상 시장이 호황일 때 펀드 설정 금액이 느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성장률과 위기의 폭이 더 큰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입 쏠림이 더 심하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반짝 수익구간을 놓치면 긴 하락구간을 인내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 브라질 펀드 94개 중 절반이 넘는 58개가 2007~2008년 사이에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전 대규모 자금 유입과 더불어 신흥국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펀드가 인기를 끌던 시기다. 
 
2015년에는 중국 펀드 열풍이 불었다. 당시 5~6월경 중국이 외국인투자제한을 풀면서 상해종합지수가 5000을 넘어서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 펀드에 가입하려는 고객으로 지점이 붐볐다"며 "당시 국내 증권사들이 위안화로 투자할 수 있는 계좌 한도를 받아내기 위해 열을 올렸다"고 했다. 이 때 생겨난 중국펀드들로 인해 현재 해외주식형 펀드 시장의 약 20조원 중 5조원 가량을 중국 펀드가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펀드는 2017년 하반기부터 유행을 타 2018년 1월 화룡정점을 찍었다. 1월에만 월 약 4000억원이 유입돼 전체 시장 거래금액의 10%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반짝 인기 이후 신흥국 펀드에서 발을 빼기 위한 투자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진다는 것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펀드들은 각자 유행하는 시기에 자금이 급증하곤 했는데 그 이후 물려있는 자금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 마이너스 수익률이 갇혔던 투자자들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주식 반등장에서 수익률이 개선되자 빠르게 나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베트남 펀드 중 운용규모가 가장 큰(7528억원)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은 설정(2016년 2월) 이후 수익률이 70% 달한다. 하지만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1월 1694로 최고를 찍은 뒤 꾸준히 하락, 코로나 충격으로 850선까지 빠진 뒤 올해 1월이 돼서야 1500선을 회복했다. 약 3년간 투자자들은 긴 회복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창민 연구원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은 시점에 들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최근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하고 썰물처럼 빠지고 있어 비인기 시즌이지만, 오히려 백신과 경기부양책, 경기회복 등 테마가 나타나는 지금이야말로 신흥국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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