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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 해외투자 줄줄이 손실 예고
IPO 열풍 덕에 호실적 불구…해외 부동산 투자 충당금↑
2021-02-16 04:00:00 2021-02-16 04: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투자은행(IB)부문은 명암이 갈렸다. 전통적인 IB영역인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은 기업공개(IPO) 열풍으로 가시적인 성고를 냈지만 해외 대체투자 영역은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와 당국의 규제 강화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으로 1조1047억원을 시현하며, '증권사 영업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해외주식 등 위탁매매 관련 수수료 이익이 753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IB부문 실적은 웃기 힘든 수준이다. 작년 미래에셋대우의 기업금융 관련 수수료 수익은 2681억원으로 전년(3698억원) 대비 27.5% 줄었다. 같은 기간 인수주선은 853억원으로 41.8% 감소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문과 채무보증 수익은 각각 937억원, 503억원으로 19.9%, 26.8% 떨어졌다.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상은 약 1000억원 가량 인식됐다.
 
지난해 바디프랜드 리파이낸싱, 미국 페덱스 Ground Hub 물류시설 지분투자 등의 딜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영업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해외IB 등 관련 업황이 악화된 까닭이다.
 
유근탁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지배주주 순익에 영업외 손실로 1246억이 인식됐다”며 “해외자산 재평가에 대한 손상차손이 포함된 것으로 판단되고, LA 해외법인에서 투자자산에 대한 충당금도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해외대체투자 자산 일부의 건전성이 악화돼 약 14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손상 인식이 있었다. 다만 작년 IB 수수료 수익은 3084억원으로 1년 전(2508억원)에 견줘 23% 올랐다.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람코에너지리츠 등 대형 IPO딜을 수행한데다 두산중공업, HDC현대산업개발 등 유상증자 딜을 주관하면서 ECM·DCM 부문이 실적을 방어한 결과다. IB관련 이자수지는 연간 407억원으로 전년대비 20.5% 증가했다.
 
삼성증권 또한 ECM·구조화 금융 호조로 IB관련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인수 및 자문수수료는 1594억원으로 전년대비 13% 확대됐다. 실적 성장 요인에는 국내 부동산PF를 중심으로 한 구조화금융과 ECM 부문 호조가 주효했다. IB 비즈니스와 관련해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미래에셋대우 등 경쟁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국내 자산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대체투자와 ECM 등 IB 부문 간 실적 희비는 교차할 전망이다. IPO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호텔·항공기 등 대체투자 부문은 추가 부실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내달부터 해외 대체 투자시 현지실사 의무화 방안을 도입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선 상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외화 유동성 관리제도 및 공급체계 개선’과 ‘증권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은 PI투자뿐만 아니라 셀다운 목적 투자에도 적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형태의 대체투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치”라며 “해외 기초자산에 대한 파생결합상품 발행과 해외 부동산PF, 해외 대체투자가 모두 연관되기 때문에 신규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가 간 교역 축소 등으로 해외 실사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작년과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내 PF나 채무 보증 관련 딜에 더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백아란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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