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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문화 탈피하는 금융사)①"MZ세대 주도" 근본부터 바뀌는 중
디지털 혁신과 맞물려 조직문화 대변화…"제2의 창업 한다는 각오 있어야"
2021-01-26 06:00:00 2021-01-26 06:00:00
[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 디지털 혁신과 맞물려 금융권의 조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순혈주의를 탈피해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곳이 늘고 수평적 문화 또한 확산 중이다. 금융권의 상징인 정장과 유니폼은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앞당긴건 핀테크 기업이다. 이들이 촉발한 디지털 혁신과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주도의 소비문화 등 금융 환경이 급변하자 기업문화 혁신 없이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은행, 카드, 증권사 등 전 계열사를 대상을 직함 대신 직원들이 정한 영어 이름을 부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들도 영어 닉네임을 정했다. 은행권에서 이 같은 실험을 단행하는 것은 하나금융이 처음이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외국계 은행과 제2금융권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시중은행보다 시장변화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조직 축에 속한다. 2016년 1월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이 조직문화 혁신에 돌입했다. 호칭의 위계질서를 없애고 일률적인 점심시간을 폐지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보험사들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부터 양복, 청바지, 운동화 등 일할 때 가장 편한 복장을 자율적으로 착용하게 하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통합 보험사 '신한라이프'의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전일 자율 복장제를 시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국내 전 직원의 복장 자율화를시행한다. 우리은행 본점 직원들이 자율복 차림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4대 시중은행들 역시 복장 자율화를 도입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영업점 직원의 유니폼을 없애고 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 자율과 책임의 원칙에 기반한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 조성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근무복장 자율화의 경우 초개인화된 고객의 요구를 맞추고 더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의 개성과 창의성이 은행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공채 위주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금융회사들이 인사 정책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각 금융회사의 외부 인사를 살펴보면 디지털 전문가 등의 고위급 인재 영입이 눈에 띈다. 
 
KB금융그룹(KB금융)은 최근 신한금융그룹의 금융 정보기술(IT) 전문 자회사인 신한디에스(DS)의 조영서 부사장을 DT전략본부 총괄(전무)로 영입했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김혜주 전 KT 상무, 김준환 전 SK C&C 상무를 영입했다. 내부 출신 인사가 대부분인 NH농협은행도 지난해 7월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디지털금융부문장(CDO, 부행장)으로 영입했다.
 
각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찍은 만큼 앞으로 금융시장은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 확보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또 핀테크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조직문화부터 새롭게 탈바꿈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빅테크 기업이 금융권에 진출하면서 금융사들이 데이터 관리 필요성을 느끼면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조직문화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면서 "과거 점포 위주의 수직적인 관리로 빅테크 기업와 경쟁할 수 없고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빅테크의 공세를 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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