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현대차 지배구조 미스터리)③정의선 체제구축 위한 M&A…'이례적인 아이러니'
현대오트론, 현대차 IT 3사 합병과 동시에 사업부 양도 '이례적'
반도체·PT제어 사업부는 DCF로 평가·합병은 상증법으로 평가
입력 : 2020-12-23 10:00:00 수정 : 2020-12-23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1일 18:2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시대'가 열리며 재배구조 개편 작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영권 승계는 우려와 잡음 없이 이뤄졌지만 순환출자 해소 등 그룹 내 복잡한 지배구조를 손질해야 하는 큰 숙제가 남겨졌다. 문제는 정 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등의 지분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원활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이들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동원돼야 한다. 물론 지배구조 개편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저먼트 등의 반대로 한 차례 실패했던 경험은 뼈아팠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국 로봇업체를 인수하고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의 통합 발표로 변화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펼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의 청사진은 기업가치 제고와 더불어 결국 원활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위한 정 회장의 주식자산 가액 상승으로 해석될 수 있다. <IB토마토>는 정의선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인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개편 방안 마련에 고심하며 대규모 인수·합병(M&A) 작업에 나서고 있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012330)는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M&A전문가들은 IT 3사 합병과 동시에 현대모비스의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 영업양수도를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지난 11일 현대오토에버(307950)는 이사회에서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과 3사 합병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합병비율에 따라 현대오토에버가 신주를 발행,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주식 1주 당 현대오토에버 주식 0.96주, 0.12주를 각각 교부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진다.
 
같은 날 현대오트론은 반도체 사업부를 현대모비스에 양도하는 공시를 한다. M&A 업계 관계자는 "영업 양도와 합병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영업 양도의 효과를 모두 고려해 합병에 녹여야 하다 보니까 동시에 진행을 거의 하지 않는다"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오트론은 올해 2개의 사업부를 매각했다. 지난 10월 PT 제어 사업부를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케피코에 영업양도 방식으로 양도했다. 최근 두 달 새 양도한 반도체 사업부와 PT 제어사업부는 지난해 현대오트론의 매출액 8597억원 중 8181억원을 책임진 부서다. 
 
2005년 설립된 현대오트론은 2012년 그룹 내 전문 연구인력을 통합하면서 △차량 전자제어 관련 반도체(이하 반도체) △파워트레인 제어시스템(이하 PT 제어)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이하 SW플랫폼)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합병과 영업양수도의 평가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현대오트론은 사업부 양도를 할 당시에는 현재가치할인법(DCF)을 기초로 했다. DCF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의 가치로 측정하는 방식으로 미래 가치가 중요하다. 반면 합병 당시에는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 방식으로 했다. 비상장기업을 평가할 때 쓰이는 방식이다. 
 
보충적 평가 방식은 자산과 수익을 결합해 평가한다. 부동산 과다 법인이 아닐 경우 수익을 60%, 자산을 40% 반영해 가중평균한다. 그런데 자산을 평가할 때는 지난해 말 기준 재무제표를 고려한다. 
 
달리 말하면 양도한 기존 사업부가 가치평가시 반영된다는 의미다. SW플랫폼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의 5%(406억원)도 미치지 않는 사업부임에도 양도한 두 사업부의 자산도 가치평가시 반영된다는 의미다. 
 
김경률 청운 세무법인 대표세무사는 "한 회사를 평가할 때 DCF법을 하든 상증법상 평가 방식을 사용하든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곳을 동시에 평가할 때 어느 곳에서는 DCF 방식을, 다른 한 곳에서는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 방식을 쓸 경우 어느 한 쪽이 더 고평가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난관은 없을 전망이다. 현대오트론의 지분은 현대자동차가 60%, 현대모비스가 20%, 기아자동차가 20% 등 현대차 그룹이 100%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오트론의 매출 비중이 현대차그룹에 몰려있어 DCF 평가도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현대오트론의 지난해 매출의 97%는 현대차그룹을 통해 발생했다. 2016년 이후 차이는 있지만 90% 전후의 매출은 내부매출이었다. 
 
현대오트론의 SW 관련 예상 매출.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달리 말하면 미래 가치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과거 데이터가 특수관계자로부터 대부분 발생했다는 의미다. 합병 비율 산정과 별건으로 공시한 현대오트론 SW 플랫폼 사업부 DCF를 보면 현재 수입이 제로인 양산 로열티 매출액을 5년 뒤 124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합병의 평가의견서를 낸 EY한영 회계법인은 "양산 물량은 현대오트론이 제시한 사업 계획 상 연도별 적용 차종 및 제어기별 차종당 양산 물량을 적용해 추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현대차그룹 내의 계획이 미래가치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관련 비율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합병하는 쪽에 있다"면서 "피해를 본 주주 측에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 여지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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