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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업주에 포괄적 의무 과도"
경총·중소기업중앙회, '입법과제 토론회'…과잉입법·엄벌주의 비판 목소리
2020-12-02 16:01:00 2020-12-02 16:01:00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사업주에게 포괄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최고 수준의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벌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특성에 맞는 예방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요 국가의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위반시 처벌형량 비교. 사진/경총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대부분 산업재해는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사고의 모든 책임을 사업주와 원청에게 일방적으로 묻고 있어 기업들의 불안감이 크다"며 "현행 산안법상 사고발생시 업종과 현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주를 처벌하는 안전규정과 하위조항만 수천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더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형량을 기계적으로 상향했을 뿐만 아니라 하한선까지 설정해 사업주들은 사고 발생시 최고 3년 이상의 형량에 처해질 수 밖에 없다는 공포감에 처해 있다"며 "산업안전정책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지나치게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조해 과잉입법의 논란이 크다"며 "처벌규정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한 만큼 원인을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정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법리적 검토'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내 중대재해, 경영책임자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위험방지 의무 범위가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경영책임과 법인 처벌규정이 핵심내용인데 무거운 형벌로 일관하고 있어 적용가능성에 오히려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형벌은 매우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적용돼야 하며, 법률 제정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것만으로는 그 수단의 위헌성이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법관이 포괄적 의무위반을 근거로 이렇게 무거운 형벌을 경영책임자에게 가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재예방정책의 문제점과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표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역시 중대재해기업처벌안이 안전보건에 대한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과 엄벌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헌법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현재도 산업안전보건기준이 불명확하고 비현실적인데다 선진국과 비교해 법령에 대한 해설, 지침도 부족한 상태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한 처벌에 의존하는 것은 산업재해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다"며 "영세중소기업 등에 과잉처벌이 집중되는 부작용만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경총은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의 니콜라스 릭비 수석감독관과 노섬브리아대 로스쿨의 빅토리아 로퍼 교수가 영국의 산재예방정책 기조와 법인과실치사법의 적용사례를 설명한 동영상을 소개했다.
 
리콜라스 릭비 수석감독관은 영국 산업안전보건건청이 법 위반 적발과 기소보다는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 점검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4년 보건안전법을 제정하면서 사업장 내 구체적인 안전이행 방법을 기업과 근로자가 책임주체가 돼 기업들 저마다의 방법으로 안전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빅토로아 로퍼 교수는 대형인명피해를 유발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안전법과 별도로 2007년에 추가적으로 제정한 '법인과실치사법'에 대해 소개했다. 법인과실치사법은 사고시 법인에 대한 벌금을 대폭 상향하는 대신 개인의 책임은 묻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산재 사망사고는 중소업체 뿐만 아니라 대기업 상당수도 보건안전법에 따라 기소됐다. 반면 대기업들은 안전투자를 통해 최신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법인과실치사법으로 처벌되는 사례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경총 관계자는 "영국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으로는 사고감소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영국이 1974년 보건안전법 제정 당시 안전정책의 기조를 예방중심으로 전환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현재의 획일적인 안전규제를 산업현장 특성에 적합한 예방정책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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