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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충돌시 오키나와·제주 최전선…한·일 연대해야"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문정인 외교안보 특보 주장
"EU 같은 동아시아공동체 만들어 평화 쐐기돌로"
자유언론실천재단 '오키나와, 한반도에 무엇인가' 세미나 개최
2020-11-26 16:17:18 2020-11-26 16:35:22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으로 인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게 되면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도와 주일미군 집결지인 일본 오키나와가 최전선에 서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연대해 이를 막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26일 자유언론실천재단 주최로 열린 '오키나와, 한반도에 무엇인가' 한일 국제 화상 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특히 "세계대전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만들어진 것처럼 한·중·일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이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고 참가국을 확대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고, 문 특보는 이에 전적인 공감을 표하며 한일 지도자와 시민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26일 '오키나와, 한반도에 무엇인가' 한일 국제 화상 세미나 기조강연에서 강제징용 문제 등 역사갈등과 관련해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하토야마 전 총리는 우선 미중 대립과 관련해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한일 양국의 상황을 짚고, "최근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미중갈등 여파로 동아시아에서 미사일 군비확장 경쟁이 일어날 지 모르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1987년 INF(중거리핵전력)조약 체결에 의해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폐기하고 제조·생산·배치해 오지 않는 사이 중국이 미사일 배치를 계속한 결과 오히려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중거리미사일 전력에 열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지난해 INF 조약을 탈퇴, 군비증강을 시사한 바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미국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재일 미군에의 미사일 배치"라며 "오키나와에 있는 난세이 제도를 비롯해 일본 열도에 중국 대륙을 사정권에 넣은 미군의 미사일이 배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군이 중동에 배치했던 해병대를 난세이 제도로 전환, 오키나와를 '원정 전방 기지 작전' 옵션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미중이 (군비경쟁으로) 군사 균형을 달성하면 평화가 보장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동아시아에서 인접 국가간 위협을 줄이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중일 3국과 아세안 10개국이 협력하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제안했다. 그는 "동아시아 공동체 창조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논의의 장으로 오키나와를 추천한다"며 "주일미군 기지가 집중된 오키나와와 난세이 제도는 군사적 요충지이자 미중 대결의 최전선 기지가 아니라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를 창조하는 거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제주도 군사적 요충이 아니라 평와의 쐐기돌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09년 9월~2010년 6월 약 1년간 총리를 역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한 '양심'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한일관계는 징용공 문제를 비롯해 역사 문제에서 아주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일본 측이 '전쟁에서 상처를 준 자는 상처받은 사람이 더 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때까지 사과하는 심정으로 계속해야 한다'는 무한책임론의 입장을 이해하면 해결의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26일 '오키나와, 한반도에 무엇인가' 한일 국제 화상 세미나 기조강연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문 특보는 "바이든 신 행정부 들어 동맹강화, 경제적 탈동조화나 기술동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달라지긴 할 것"이라면서도 "동아시아 평화의 핵심인 지정학적 구도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 중국 봉쇄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은 과거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펴고, '쿼드'도 용어만 다를 뿐 비슷한 형태의 한미일 3국 군사공조를 강조하는 군사결집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행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유지 전망에도, 바이든 당선인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의 통화에서 중·일과 대만이 영토분쟁 중인 동중국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내 미일 상호방위조약을 재확인한 바 있다.
 
문 특보는 "난세이·오키나와 제도는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보면 관속에 묻혀 있던 냉전이라는 과거 유산을 들춰냈고 지금 미중 대립은 1914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영국의 행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펜타곤(미 국방부)의 기본 구상은 한국만 허용하면 사드 추가 배치는 물론이고 중거리탄도미사일까지 배치할 수 있다"며 "양안문제와 남중국해, 동중국해, 한반도 문제에서의 전략무기 군비경쟁이 너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중 두 정상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건설적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중재에 있어 한중일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문 특보는 "한중일이 협의하면 미중이 크게 대립을 못한다"며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특보는"한일 지도자가 중국과 미국을 설득해 신냉전을 막아야 된다고 본다"며 "또 아세안과 EU가 참여하는 새로운 다자구상을 통해 두 강대국이 충돌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더불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노력도 강조했다. 문 특보는 "제주도 역시 평화의 섬을 지향해 왔지만 지금 해군기지 문제가 남아 있다"며 "제주도와 오키나와의 연대를 통한 시민사회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주일미군기지가 위치한 오키나와 문제에 대한 한국의 관심과 연대를 촉구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오키나와는 과거 류쿠 제국에서 무력에 의해  병합, 일본 영토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미군 전용 시설의 70% 이상이 집중된 지역이다. 1955년에는 미군병사 3명에 의한 소녀 폭행 사건이 일어나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기도 했고, 현재도 일본 본토에 의한 차별 등 사회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미일동맹 강화 기조에 따라 주일미군은 오키나와 중북부 나고시 헤노코 연안에 해병대 수송 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완성까지 10년, 사업비 9300억엔(약 9조9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헤노코 기지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데다, 매립공사 현장에 지반이 연약한 지점이 있고 활성단층 우려도 제기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과거 한국전쟁 당시 오키나와 기지에서부터 폭탄을 싣고 비행한 미군 폭격기를 목격한 경험을 소개하며 "오키나와가 한반도 유사 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그때와 전혀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결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오키나와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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