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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고사직전 여행업계, 일할 방안 찾아야
2020-11-12 06:00:00 2020-11-12 06:00:00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 뜨겁다. 이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나오자 당장 먼저 증권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올 한해 그야말로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의미 있는 희망의 빛이 비쳤다는 평가다. 원유 선물가격도 회복 조짐을 보이는 등 산업계가 기지개를 펼 날이 머지 않아 오리라는 기대감이 희미하게 나마 퍼지고 있다.  
 
실제 국내 경제 상황은 어떨까.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까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았다. KDI가 전망하고 있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다. 추경이나 통화정책 등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어느 정도 성장률 하락이 방어됐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그래도 성장률 전망치는 안도의 한숨을 돌릴 만한 수치다. 또 업종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코로나 위기를 기회 삼아 도리어 성장한 분야들도 있다. 비대면 문화 확산 속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IT나 게임, 콘텐츠 분야는 도리어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고사직전에 처한 업종들이 있다. 여행업계가 대표적인 예다. 항공이나 호텔업과는 또 다르게 여행업계는 코로나 이전에도 중견, 중소기업 위주였던 까닭에 대기업보다 타격이 더욱 큰 상황이다. 이미 최근 몇년 전부터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의 공습과 자유여행 선호도 증가 등으로 국내 여행사들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와중에서 터진 코로나 확산은 말 그대로 결정타가 됐다. 여행업계 1, 2위인 하나투어, 모두투어 모두 현재 기약없는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하나투어는 3분기 매출이 100억 7000만원으로 전년동기비 94.5% 하락했고, 영업손실은 302억 4000만원에 달했다. 모두투어도 같은기간 매출 29억 4000만원에 영업손실은 74억5000만원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업계 상위가 이러니 나머지 중소 여행사들은 볼 것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여행사들의 폐업 소식이 많지는 않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 때문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이 어려워진 사업주가 휴업이나 휴직 등으로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75%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코로나 위기 또한 결국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기 때문에 여행업을 아예 접을 생각이 아니라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편이 낫다 여기고 기업들이 이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에 언제까지고 기댈 수만은 없다. 휴직 중인 여행사 직원들이 그간 쌓아온 노하우는 그대로 썩고 있는 중임을 기억해야 한다.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아예 직종 전환을 고려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직원들이 이같은 고민에 이르는 것은 일면 자연스럽다. 반강제적으로 일을 쉬고 있는 도중에 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발견해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여행 전문 인력이 하나둘 업종 자체에서 빠져나가게 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내 여행업계가 거대 자본을 내세운 해외 OTA에 완전히 장악당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여행사 직원들이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산업계에 비친 옅은 서광이 이제는 여행업계에도 드리워지게끔 해야 할 때다. 조심스럽지만 여행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해외 입출국자 14일 자가격리 조치 완화나 협정체결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트래블 버블 추진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행업계의 회복은 결국 여행사 직원들이 일을 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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