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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섞인 기대', DMZ 바이오 클러스터 바라보는 업계 시선
"단지 성격상 실효성 기대 어려워"…"안정성 보장되면 매력적" 기대도
2020-11-11 17:39:45 2020-11-11 17:39:45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무장지대(DMZ)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우려와 기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역 특성상 경제 논리보다는 남북관계 완화에 중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과 운영 방향성 및 참여 기업의 역할, 정부 혜택에 따라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11일 정부가 남북보건의료 협력 일환으로 최근 용역을 위뢰한 'DMZ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가칭)'를 바라보는 업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인 가운데 새로운 기회로 활용 가능하다는 긍정론도 존재한다.
 
DMZ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는 비무장지대 제2의 개성공단 개념으로 남북 공동 방역망 구축과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을 주도한다는 취지다. 의료기기 제조단지를 비롯해 감염병공동대응센터를 비롯해 △국제백신연구소 분원 추진 △바이도메디컬 공동 연구개발(R&D)센터 △우수의약품생산(GMP) 시설 △난치병 전문병원(암, 심혈관 질환 등)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해당 사안은 연초 코로나19 사태 속 마스크 대란 등 국내 수요 문제와 북측 대응 해결을 위한 후보군 중 하나로 제시되기도 했던 내용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우려가 앞선다. 남북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의료인프라 구축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산업적 측면의 실효성과 본질적 의료 인프라 구축 효과에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클러스터가 제2의 개성공단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 갑작스러운 시설 셧다운도 염두해야 한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업체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라며 "과거 개성공단 사태를 통해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을 지켜본 만큼, 민간기업의 적극 참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전국적으로 다수의 정부 및 지자체 주도 바이오클러스가 존재하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상황에서 지리적으로나 경제적 이점이 적어 보이는 점도 기업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정부 주도, 특히 대북 관련 사업인 만큼 정부의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식 참여가 되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하는 곳들도 존재한다. 
 
지역 바이오클러스터에 소속된 한 업체 관계자는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지원책도 존재했지만, 세계 최고 바이오클러스터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가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실제 플레이어인 기업들이 주도했다는 점에 있다"라며 "실효성과 지속성을 갖춘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을 위해선 기획 단계부터 산업계 입장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참여기업의 구체적 역할과 단지 운영 방향성에 따라 진출 영역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아직 민간기업 참여방식이나 관련 혜택 등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그 내용에 따라 매력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북사업의 경우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어느 산업분야라도 매력적인 부분"이라며 "대북 수출이나 실효성 있는 세제 혜택 및 지원 등이 동반된다면 구미가 당길 기업들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는 송도국제도시 바이오 클러스터 전경.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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