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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불일치·감독 부실…사모펀드 '지뢰밭'
규제완화후 잇단 환매중단…당국, '모니터링 강화'만 반복…제도 손질 대신에 '핀셋 규제'
2020-10-28 06:00:00 2020-10-28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시장이 양적성장에만 치우치면서 불완전판매나 운용상 위법행위, 유동성 관리 소홀 등 문제를 키웠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편입자산 만기 미스매치(불일치)에 대한 리스크는 매년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모니터링 강화만 강조해왔다. 펀드 환매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여전한데도 당국은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는 곤란하다며 복층·순환 투자구조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사모펀드 환매 연기는 총 361건이며 모두 2018년 이후 터졌다. 2018년에 10건, 2019년 187건, 올해(~8월) 164건이 환매 연기됐으며, 만기가 남은 옵티머스 펀드들이 속속 환매 연기되고 있다.
 
2018년은 규제 완화 이후 만들어진 펀드들이 만기를 맞은 시점과 일치한다. 약 1조4651억원이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는 2016년 12월 설정됐으며, 3686억원이 환매 중단된 알펜루트 펀드는 2016년 8월 이후 설정됐다. 5000억원대의 펀드 사기로 불리는 옵티머스 펀드도 2018년 시장에 등장했다.
 
이후로도 사모펀드 시장은 눈덩이 불어나듯 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은 37조원 수준이었다. 설정액은 매년 급증해 2019년 110조6800억원까지 약 3배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가 큰 문제로 떠오른 이유는 잃어버린 돈이 다 서민 돈이라서"라고 했다. 주로 기관과 전문 투자자들이 놀던 투자판에 개인 투자자들이 들어오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사모펀드는 고위험 상품으로 철저히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이 요구되는 영역이지만, 사모펀드가 공모펀드처럼 팔렸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로 49명 이하의 소수 투자자를 비공개 모집해 주식,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과 다양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한다. 공모펀드에 비해 규제에서도 자유롭지만, 2015년 이전까진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사모펀드가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을 통해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팔리게 된 건 2015년도 금융위원회가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당해 8월 이후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졌다. '선수'들이 노는 물에 사모펀드의 개념도 익숙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이 우후죽순 뛰어들었다. 펀드는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을 통해 일반 금융상품처럼 불티나게 팔렸다.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간의 감시 미스매치도 발생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한 옵티머스 펀드가 투자금을 비상장사 사모사채와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다. 수탁금을 관리하고 자산을 실제로 편입해주는 수탁사(하나은행)와 사무관리회사(한국예탁결제원)도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은 규제 완화 이후 펀드 자산의 실재성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운용사가 판매사를 속여도 판매사는 펀드 내역을 확인할 의무가 없다. 판매사가 수탁은행에 투자내역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해도 수탁사는 이를 확인해줄 의무가 없다.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만 받아도 잔고를 들여다볼 수 있지만, 규제 완화 이후 이마저도 면책됐다. 현재 금융당국과 검찰은 옵티머스 사기와 관련해 수탁사가 사기 정황을 사전 인지한 사실이 있는지, 업무상 과실은 없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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