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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기금 첫 채권 발행…아시아나 숨통 트일까
경쟁입찰 후 21일 채권 발행
"상황 고려해 운영 자금으로 사용 예정"
2020-10-20 16:02:00 2020-10-20 16:02:00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출범 후 첫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지원 1호로 선정된 아시아나항공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2조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아도 경영난을 타개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기안기금의 금리도 높아 미래 불확실성도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안기금은 이날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 대상 경쟁입찰로 발행 금리를 결정한 뒤 21일 24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 채권을 발행한다. 앞서 기안기금 심의회는 지난달 11일 아시아나항공에 총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번 채권을 통해 첫 수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안기금 채권은 정부 보증채며, 이번 채권의 만기는 3년6개월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출범 후 첫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지원 1호로 선정된 아시아나항공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화물기로 개조한 A350 여객기에 화물이 탑재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원금 투입 시점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아시아나항공의 이를 경영 상태를 정상화할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금 특성상 지원받는 돈은 해당 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용도로만 사용될 수 있다"며 "상황을 고려해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과 주식매매계약(SPA)을 공식 해제한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막혀버린 국제선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회계제도가 바뀌면서 자산으로 분류되던 리스비가 부채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종 이자도 불어나면서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01.01%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1386.69%)보다 904.32%p 급증한 수준이며 자본잠식률도 50%에 달한다.
 
기안기금으로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지원금을 받는 대신 여러 대가를 치러야 해 사정이 편치만은 않다. 특히 기안기금의 금리가 높은 수준인 게 가장 큰 걸림돌로 언급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필요한 자금 신청을 줄이려면 평균 시장금리 수준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기금 지원에 대한 금리는 지원을 받는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지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신용 등급은 BBB-로, 투자 등급 중 가장 낮아 7% 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BBB+의 등급이라 4% 금리가 예상된다. 정확한 대출금리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신용 등급을 기준으로 7% 금리를 적용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연간 1680억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 운영을 늘리며 지난 2분기 흑자를 내긴 했지만 3분기에는 다시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계속되는 한 적자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높은 이자를 감당하는 게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경영상 제약도 많다. 기안기금 지원을 받는 기업은 6개월간 고용인원의 90%를 유지해야 하고 계열사 지원과 자사주 매입도 금지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재정난에 따른 유연한 경영을 하지 못해 오히려 위기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발 항공업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안기금을 찾는 항공사는 늘고 있다. 현재 기안기금 신청 조건에 부합하는 국적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4곳인데, 이들 모두 기금 신청을 완료했거나 고려 중이다. 제주항공은 현재 대략 17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 신청을 운용심의위원회와 의논 중이며, 당초 기내식 사업부 매각과 유상증자 등으로 버텨볼 계획이었던 대한항공도 다시 기안기금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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