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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업영화, OTT공개 논의 급증…‘스크린 종말’ 우려해야 할까
‘기회 비용’ 포기한 투자배급사 불가피한 선택…극장 살릴 정책 필요
2020-10-19 16:00:31 2020-10-20 17:00:1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한 것은 ‘OTT 급물살이란 잘못된 표현이다. 하지만 위기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 것도 사실이다. 또한 국내 영화업계, 특히 상영업과 OTT플랫폼의 대립 양상이 벌어지는 상황을 제3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도 분명하다. 어디가 맞고 어디가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너무도 복잡한 상황이 꼬여 있다.
 
최근 기대작 영화 몇 편이 글로벌 OTT플랫폼 넷플릭스공개를 논의 중이란 보도가 나왔다. NEW가 투자 배급한 낙원의 밤’ ‘그리고 롯데엔터의 차인표’, 메리크리스마스의 승리호가 그 주인공이다. 넷플릭스의 폐쇄적 분위기 탓에 이들 영화와의 공개 논의 확인은 사실상 논의 중으로만 보도될 뿐이다. 문제는 이들 영화의 넷플릭스 행이 국내 영화 산업의 근간인 상영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전망이다. 최근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J CGV가 관람표 인상과 함께 3년 안에 전국 직영점 30% 감축을 선언했다. ‘영화=스크린절대 공식이 깨질지에 대한 시각은 현장에선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까.
 
 
살아야 한다공감대 속 OTT행 불가피
 
최근 뉴스토마토와 만난 그리고 전화통화로 인터뷰를 한 여러 영화계 관계자들은 스크린 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선을 넘어섰다고 공감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영화 시장의 관객 감소는 이미 수치로 드러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심각성과 관객들이 느끼는 심각성은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도 동떨어져 있는 듯했다.
 
영화 관계자 A씨는 뉴스토마토와 만난 자리에서 진행 중인 영화의 개봉을 스크린으로 끌고 가야 할지 계획된 개봉을 늦춰야 할지 지금도 고민 중이다면서 개봉 계획을 늦춘다는 게 그냥 늦추자가 아니다. 그에 따른 비용 발생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건 현장에 있는 실무 관계자 외에는 사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당연한 얘기였지만 반대로 실무진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과정이었다. 실제 한 영화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몇 차례 개봉이 연기됐고, 이로 인한 추가 홍보마케팅 비용 집행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극장 가용좌석이 50%로 제한된 상황에서 손익분기점 자체가 높아지는 타격까지 이어졌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앞선 상황에 대해 그래서 OTT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고 전했다. 올해 4월 국내 상업 최초로 극장 상영이 아닌 OTT로 직행한 사냥의 시간역시 마찬가지였다. 극장 상영이 예정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좌석 운영이 극단적으로 제한된 상황이 발생했고, 100억대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박탈됐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스크린을 죽이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는 살아야 하는 지점이다면서 극장의 어려움을 알기에 극장 상영을 강행할 경우 영화는 사실상 참패하게 된다. 결국 투자금 회수+수익을 보전하기 위해선 OTT직행을 현재 시점에서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제는 있다. 이 관계자는 “’사냥의 시간도 마찬가지고, 지금 논의되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들 영화가 처음부터 OTT를 목표로 제작한 영화인가라면서 이들 영화는 사실상 기회 비용까지 포기하면서 OTT직행을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숨겨진 기회 비용’…그래서 논의 불가능
 
또 다른 관계자 C씨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국내에서 유독 넷플릭스가 영화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그들의 글로벌 배급력 때문이다. 전 세계 200개국에 가까운 나라에서 동시 공개가 가능하다. 또한 국내 OTT플랫폼과 달리 홀드백’(극장 상영 후 부가판권 공개까지의 유예 기간)이 없다. 사실상 넷플릭스공개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스크린과 OTT’ 대립을 이끌어 오게 된다.
 
C씨는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국내 부가판권 포맷과 달리 넷플릭스가 강점인 것은 홀드백이 없단 점이다면서 이 점은 제작사에겐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와 배급을 계약한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간의 신뢰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이미 사냥의 시간이 이런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넷플릭스 공개를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옥자가 유일하다면서 영화 포맷과 연출 방식 등 모든 면에서 다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행을 검토하는 것은 제작비+일정 수익보전과 함께 글로벌 공개에 대한 프리미엄도 분명할 것이다고 에둘러 전했다. 물론 이 지점에서도 문제는 있다. 넷플릭스는 해당 영화가 자체 포맷에서 큰 흥행을 터트린다고 해도 러닝 개런티계약을 맺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 공개를 검토하는 제작사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불가분한 OTT공개 검토와 함께 무형의 흥행 수익에 대한 기회 비용까지 포기하면서 공개를 논의 중이란 얘기다.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과거 사냥의 시간에 어느 정도의 금액을 안겨 줬을지, 그리고 지금 논의가 진행되는 영화들에게 어느 정도의 금액을 제시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면서 사실 어떤 식으로든 넷플릭스 공개는 제작비와 약간의 수익 보전 그리고 글로벌 공개란 프리미엄(사실 프리미엄이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전제함) 외에는 영화가 가진 기본적인 무형의 가치전부를 포기하고 결정하는 셈이다고 단언했다.
 
사진/뉴시스
절반의 극장방법이 없을까
 
콘텐츠인 영화를 만들고 공급하는 입장에서 이 같은 OTT공개 고민은 결과적으로 고민을 해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이다. 그 지금의 상황은 이미 알려진 대로 심각한 극장 상황 탓이다. 국내 영화 산업의 근간인 극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지면 그 콘텐츠를 선보일 플랫폼이 사라진다면 결과적으로 산업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그 대안이 OTT로 제시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그 대안이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산업 자체의 성장을 막는 기회 비용 박탈이다.
 
한 투자 배급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스크린은 콘텐츠 자체의 잠재력을 키워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명량 170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을지 알았나. 어느 누가 워낭소리의 기록적인 흥행을 예측이나 했겠나라면서 만약 이 두 편의 영화가 OTT에서 공개된다고 가정하자. 어떤 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가라고 되물었다.
 
쉽게 말해 스크린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콘텐츠 자체의 잠재력을 터트릴 플랫폼이라면, OTT는 콘텐츠 자체의 평준화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스크린은 시장(관객)이 주도할 수 있는 플랫폼이지만, OTT는 플랫폼이 주도할 수 있는 시장이란 점이다. OTT역시 사용자 주도가 이뤄질 수 있지만 업체가 보다 더 주도적으로 콘텐츠 판매를 이끌어 갈 수 있단 얘기다.
 
이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상업 영화들이 넷플릭스 공개를 주도적으로 선택할 경우 전체 시장 규모는 작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어느 누가 100억대 200억대 기술집약적 블록버스터 제작을 시도하겠나. 투자대비 호율성을 따진다면 넷플릭스가 제시하는 금액이 위험성 측면에서 분명히 안정적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이 관계자는 지금의 영화 몇 편이 OTT행을 고려하고 있단 점이 앞으로 한국영화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진짜 위기는 극장업의 생존이다. OTT행은 제작 파트의 생존을 위한 단기적 선택일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국내 멀티플렉스 3사 측은 공통적으로 극장 상영에 대한 권고 사안이 너무 강력하다라면서 현재까지 정부가 권고하는 강력한 방역 조치와 방문자 확인 시스템 등이 확고하다.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관람 환경을 조성 중이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정부의 권고로 가용 좌석 50%만 운영 중이다면서 일부 영화들이 OTT행을 고려하는 기사를 접했다. 이런 극장 상황에서 배급사들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카드 같다. 정부에서 극장업을 특별하게 대우해 달란 게 아니다. 정책적이나 다른 지원책으로 이 산업이 살아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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