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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될까…"2년전보다 우호적 환경"
2018년 모비스-글로비스 중심안 보완 무게…현대차-모비스 분할 합병 예상도
2020-10-19 05:31:00 2020-10-19 05:31: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정의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재개될 전망이다. 미래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데다 과거 반대를 주도하던 외국계 자본이 빠져나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 위한 분위기도 이전보다 우호적이다.
 
18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 시대로의 세대교체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를 위해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
 
정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각 2.62%, 1.74%, 0.32%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3%)를 받는다고 해도 10%를 밑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으로 구성된 여러 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어 연결 고리 중 하나만 공격을 받아도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적 회복과 성장성 확보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까워졌다는 관측의 근거가 된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성장세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2분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한 흑자를 기록했고 가장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3분기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구조적 개선세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선두권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수소차와 관련해서는 리더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중이다.
 
2018년 개편안 반대를 주도한 외국계 헤지펀드가 지분을 매각한 것도 지배구조 개편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에 두는 기존안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동시에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추진했던 방안이라 큰 틀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주의 반발이나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내용을 다듬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에서 모듈과 AS부품사업을 분할해 신설한 회사를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한 뒤 총수 일가가 보유한 합병 법인 지분과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교환하는 등 계열사가 들고 있는 모든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을 거쳐 현대모비스의 지분율을 30%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대부분이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발목이 잡혔다.
 
현대모비스에서 분할되는 사업 부문이 비상장회사로 간주돼 공정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분할 사업 부문을 상장해 제대로 가치평가를 받은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야 주주권익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대모비스의 AS 부문을 분할해 상장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후에는 당초와 마찬가지로 총수 일가가 보유한 합병 회사 지분과 기아차가 들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교환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식이다.
 
현대글로비스 대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법도 거론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사업회사를 분할한 뒤 존속법인과 사업회사를 각각 합병하고 이후 합병된 공개매수를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많은 부분이 완성차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업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대주주가 합병 후 투자회사(존속법인)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할 수 있어 지배력 확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지분을 늘린 점도 이 시니라오를 추진할 때 지배력 확보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법 개정으로 신설 지주사의 자회사 편입 요건이 강화됐고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금융계열사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주사 체계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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