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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안녕까지 30분’ 음악, 로맨스 그리고 판타지 만든 하모니
카세트 테이프에 담아낸 감성 로맨스
2020-10-13 00:00:00 2020-10-13 00: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음악 영화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유명 뮤지션을 조명하는 음악 영화가 있는 반면, 음악 영화를 바탕으로 로맨스를 풀어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음악에 버무리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판타지 장르까지 얹어지면 기존의 음악 영화와는 또 다른 색다른 맛이 생긴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대표적이다. 영화 안녕까지 30역시 음악, 로맨스, 그리고 판타지를 한데 모아 놓았다. 각각의 장르가 삼중주를 이루며 관객에게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준다.
 
취준생 소타(키타무라 타쿠미 분)는 우연히 발견한 낡은 카세트 테이프의 PLAY 버튼을 누르는 순간 1년 전 세상을 떠난 밴드 에콜의 보컬 아키(아라타 마켄유 분)의 영혼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한다. 죽었다가 다시 돌아온 아키는 카세트 테이프의 한 면이 재생되는 30분 동안 소타의 몸을 빌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아키는 자신의 사고로 해체한 밴드를 재결합하고 홀로 남겨진 연인 카나(쿠보타 사유 분)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안녕까지 30분. 사진/영화 스틸
 
소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가 편한 인물이다. 그가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이유는 중학교 시절의 상처 때문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겪은 경험이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말주변도 없는 소타는 면접에서 매번 떨어지기 일수다. 소타는 자신과 달리 매사 긍정적인 아키의 제안으로 면접에 들어가기 전 몸을 바꾸고 1차 면접에 합격을 한다. 여기에서 판타지 장르만의 재미가 있다. 가끔 너무나 피하고 싶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 순간을 능숙하게 헤쳐 가는 모습을 한 번쯤 상상하기 마련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아닌 것처럼 가져 보는 상상을 소타와 아키의 체인지를 통해 보여준다. 이러한 영혼 체인지는 이미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된 소재다. 여타 영화와 마찬가지로 안녕까지 30역시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영혼 체인지를 통해 충족하며 공생관계를 형성한다. 서로 다를 것 같은 두 사람에게 음악이라는 공통 분모가 존재하면서 이야기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는 소타에게 있어서 음악은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이라 혼자 즐기는 취미다. 반면 아키는 음악으로 서로 소통을 하고 함께 할 때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몸을 빌려 무대에 오른 아키의 모습을 본 소타는 심경의 변화를 느낀다. 꿈없이 무기력했던 소타는 아키를 통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안녕까지 30분. 사진/영화 스틸
 
일본 음악 영화는 유독 밴드 음악을 많이 다룬다. 영화 나나’ ‘태양의 노래등 셀 수 없이 만은 밴드 음악 영화가 국내 관객을 찾았다. ‘안녕까지 30은 일본 음악 영화의 단골 주제인 밴드 음악을 다루고 있다. 더구나 소타 역을 연기한 키타무라 타쿠미는 실제 록 밴드 ‘DISH//’에서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영화 속에서도 뛰어난 연주와 노래를 선보인다. 그렇기에 첫 장면부터 귀를 사로잡는 음악과 영상으로 관객을 몰입 시킨다. 아키가 연인 카나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고 사고가 나는 장면까지. 여기에 삽입된 순간’, 소타가 처음으로 밴드 에콜 멤버들에게 피아노 실력을 선보이는 장면에 삽입된 스탠드 바이 미’, 링고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한낮의 별자리등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일본 밴드 음악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더구나 일본 특유의 감성적인 가사가 스토리와 어우러져 극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다. 그런데 영화는 21세기에 20세기 유물과 같은 카세트 테이프를 이야기에 끌고 왔다. 하지만 카세트 테이프는 단순히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1990년대 10대 시절을 지나온 이들이라면 카세트 테이프에 좋아하는 곡이 생길 때마다 녹음하고 또 녹음해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졌던 경험을 해봤을 터.
 
카세트 테이프는 자신이 좋아했던 곡들이 층층이 담겨 있는 플레이리스트나 다름없다. 비록 이미 새로운 곡으로 덮여 있다하더라도 카세트 테이프를 보면서 고스란히 쌓여 감정과 추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감성이 안녕까지 30에도 담겨 있다.
 
카세트 테이프는 덮어써도 전에 녹음한 게 남아 있어. 소리가 층층이 덮이는 거거든. 그러니까 남아 있어. 덮어써서 들리지는 않아도 모든 시간이 거기 있지.”
 
극 중의 대사처럼 카세트 테이프는 소타와 아키를 이어주고, 아키의 존재를 설명해주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또한 과거에 머물러 있던 밴드 에콜 멤버와 연인 카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렇기에 링고 페스티벌에 오른 아키의 모습,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자신의 몸으로 돌아온 소타가 아키의 뒤를 이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야기의 끝이 갑작스럽게 끝이 나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음악, 로맨스, 그리고 판타지 장르까지. 이를 모두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만족스러운 영화다. ‘안녕까지 3014일 개봉
 
안녕까지 30분. 사진/영화 스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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