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메리츠종금증권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금융사고 규모가 '유령주식 사태'를 일으킨 삼성증권을 제외하면 다른 증권사에 비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증권사 금융사고현황에 따르면 전체 금융사고금액은 179억7000만원이며 이중 삼성증권이 92억7000만원 규모의 배당사고를 일으켜 1위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의 51%에 달한다.
2위는 메리츠종금증권으로, 2건의 사고금액이 총 65억5000만원에 달했다. 전체 증권사 사고 규모의 36%에 해당한다.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KB증권 등이 뒤를 이었지만 이들의 사고금액은 각각 9억8000만원, 4억3000만원, 3억7000만원으로 10억원 미만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금융사고 2건 중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64억원 규모 사건이다. 최근 5년 내 업계서 일어난 단일 금융사고로는 삼성증권의 배당사고(92억7000만원) 이후 가장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사건은 메리츠종금증권 내부 심의위원회에서 부결시킨 투자결정을 직원이 회사에서 승인받은 것처럼 서명해 거래를 체결시켰고, 이를 통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건이다. 이는 횡령 및 배임에 해당한다. 나머지 1건은 회사 직원이 고객의 돈을 받아 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해 이를 이유로 메리츠종금증권을 검사하지는 않았다.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결론낸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일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검사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고 금액과 금융회사 자체 처리여부 등 종합적인 내용을 고려해 (검사여부를)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횡령·배임 건은 자본시장법에 해당되지 않아 금감원의 소관이 아닌 형사고발사안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10월 이를 인지하고 금감원에 자진신고했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 영업팀장이 독단적으로 판단해 저지른 일"이라면서 "당사자는 면직처분됐고,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