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시장의 관심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전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나 여전히 조선업계의 수주 행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조선업계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되살아나고 있는 업황 기대감 덕분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조선 업황의 장밋빛 전망을 이끈 건 단연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다. LNG선은 천연으로 생산되는 비석유계 액화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선박이다. 작년에는 2004년 이래 가장 많은 LNG선 발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고, 국내 조선업황의 잇단 수주 소식이 들렸다.
LNG선 발주가 늘어난 이유는 미국의 적극적인 에너지 수출 기조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소비 정책으로 글로벌 LNG의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으로 예고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 황 함유량 규제도 LNG 수요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그룹은 30척을, 삼성중공업 18척, 대우조선해양은 17척의 LNG선을 수주, 한국이 총 65척을 수주했다.
올해 역시 LNG선 발주는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친환경 에너지인 LNG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오는 2020년부터는 연간 약 40척 이상의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최근 세계 최대 LNG 수출국가인 카타르가 액화설비를 증설해 60여척의 LNG선 발주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카타르 국왕도 한국을 방문해 LNG선박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카타르의 LNG 생산능력은 현재 호주나 미국보다도 높은 상태지만 조만간 역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카타르는 현재 주변국의 견제 강화를 위해서라도 가스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모잠비크와 함께 카타르 싸이클까지 붙으면 올해 LNG선 시장은 작년의 초호황을 또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가 적극적으로 액화설비 증설에 나섰다는 점은 분명 조선주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액화설비의 가동 예정 시점이 오는 2023~2025년경으로 발주가 단기간 내 가시화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올해 수주 목표치를 높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조선부문 수주목표를 지난해 대비 21% 높은 159억달러로 잡았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새해부터 선주들의 발주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조선 시황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올해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 수주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LNG선, 컨테이너선 등 글로벌 신조 시장 회복세에 맞춰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실적 대비 24% 증가한 78억 달러로 설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수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발주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LNG 운반선이 주를 이루겠지만 최근 글로벌 원유수송량 증가 분위기에 따라 VLCC 발주 흐름도 긍정적이다.
다만 지난해까지 조선업계의 실적은 여전히 빨간불이다. 조선업의 특성상 2~3년의 걸쳐 매출이 반영된다. 이 때문에 작년 실적이 사실상 수주가 최악이던 2016년도를 고려해야 한다.
조선 3사 가운데 실적 발표가 가장 빨랐던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4093억원으로 전년 5242억원 영업손실 대비 적자폭이 21.9%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2651억원, 당기순손실은 388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4736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13조1198억원으로 15.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6327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조선업계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계는 LNG선, 탱커, 컨테이너선에서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점유율 반등을 보이고 있다"며 "단기 실적보다는 개선되고 있는 업황 밸류에이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LNG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조선업계도 잇달아 수주 목표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2척이 동시에 액화천연가스(LNG)를 환적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