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수출 호조에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상승한 지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3% 안팎의 물가와 높아진 금리 부담에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모습입니다.
고물가·금리 부담에 소비심리 주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6년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CCSI는 105.4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CCSI는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지수가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수출 호조와 성장세가 가계 전반의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박용민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높은 성장률이나 수출 호조가 소비자 심리의 기조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주가 하락과 중동 전쟁 지속,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하락했다"며 "이번 하락 폭은 소폭으로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은 기조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가와 금리 부담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달 물가수준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49로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압력 등이 물가 부담을 키우는 가운데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짓누르는 모습입니다.
소비심리 세부 지표도 약화했습니다. 가계수입전망CSI는 101로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향후경기전망CSI는 88로 2포인트, 취업기회전망CSI는 86으로 2포인트 각각 내렸습니다. 국내 증시 조정과 중동 정세 불확실성, 반도체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취업기회전망 하락에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습니다.
향후 물가에 대한 기대는 전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 3년 후와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각각 2.6%로 모두 전월과 같았습니다. 박 팀장은 "국제유가 상승세 지속은 상방 요인이지만, 최근 석유 최고가격제 연장과 금리 인상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상·하방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출 호조가 가계 전반의 소득과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지목됩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직원들은 소득이 늘어 소비 여력이 생길 수 있지만, 다른 업종은 그렇지 않다"며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반도체 외 업종 근로자의 소외감이나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반도체 수출 호조의 낙수효과가 발생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고용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7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권 아파트. (사진=뉴시스)
집값 상승 부담에 '주거비 걱정'도 가중
물가와 금리 부담에 더해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24로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지만, 장기 평균인 107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와 경기권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세가 주택가격 전망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기준금리 상승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박 팀장은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장기 평균이 107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지수는 평균을 크게 웃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지 가격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2026년 3분기 지가변동률 및 토지거래량'에 따르면 3분기 전국 지가는 전 분기보다 0.62% 상승했습니다. 상승폭은 전 분기보다 0.01%포인트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0.58%와 비교하면 0.04%포인트 확대됐습니다.
수도권 지가 상승률은 0.89%로 전 분기 0.88%보다 높아졌지만, 지방권은 0.19%에서 0.14%로 낮아졌습니다. 서울은 1.26% 상승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서울 용산구(2.24%), 성동구(2.03%), 성북구(1.69%) 등 44개 시·군·구의 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했습니다. 반면 3분기 토지 거래량은 전 분기보다 15.6% 감소했습니다.
지가 상승은 토지 매입 비용과 신규 주택 건설 원가를 높여 주택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와 경기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가까지 오르면서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강 교수는 "강남구 등 규제지역에서 거래가 까다로워지면서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 가는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 아닌 곳에서 집값이 오르는 것은 서민과 실수요자에게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