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제주에 위치한 아침미소목장은 직접 생산한 풀로 먹일 수 있는 만큼만 젖소를 방목해 키웁니다. 방목은 넓은 땅이 필요하고 원유 생산량도 적은 방식이지만, 이 목장은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건강한 원유를 가공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길을 택했습니다. 우유 생산에 의존하던 작은 목장이 가공과 유통, 관광을 결합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21일 아침미소목장에서 만난 이성철 대표는 아침미소목장을 국내 유일의 자유 방목 동물복지 인증 젖소 목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목장 안에는 젖소가 풀을 뜯는 초지와 유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유제품 제조와 체험·관광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성철 아침미소목장 대표가 지난 21일 목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팔리지 않은 목장…원유만 팔던 구조를 바꾸다
목장의 시작은 1975년입니다. 교장직에서 은퇴한 이 대표의 아버지가 젖소 5마리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 대표도 공무원 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목장 운영에 합류했습니다. 오랫동안 주된 수입원은 젖소를 키워 생산한 원유였습니다.
그러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경영난이 찾아왔습니다. 한 달에 약 700만원씩 적자가 났고 이런 상황이 4~5년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는 목장을 포기하기로 하고 매물로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목장을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원유 생산에만 의존하던 사업에 관광객 체험과 유제품 가공을 더했습니다.
아침미소목장은 원유를 바탕으로 요구르트, 그릭요거트, 치즈, 카이막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세운 목장은 이 대표 부부를 거쳐 아들 이원신 이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3대 가족사업이 됐습니다.
SPC와의 거래로 익힌 위생관리…상품 다변화
2011년 SPC그룹과의 거래로 많은 것이 변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파리바게뜨에 요구르트를 공급하면서 위생과 품질 및 생산관리 기준을 익혔습니다.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정해진 물량을 제때 공급하는 체계를 갖춰야 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 시기를 목장의 생산 방식이 달라진 전환점으로 꼽았습니다. 이 대표는 "덕분에 위생하나 만큼은 자신만만하다"고 말했습니다.
현대백화점에 납품하면서 아침미소목장은 프리미엄 유제품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습니다. 목장 측은 SPC와 현대백화점 공급 이후 유통망을 꾸준히 확대해 현재 30곳 이상의 거래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초기 가공시설은 작은 공방 수준이었습니다. 매출이 늘어도 외부 바이어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규모였습니다. 이 대표는 수출을 추진하려면 시설을 키워야 한다는 아들의 의견을 듣고 공장 증설을 추진했습니다. 이후 생산시설을 키우고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수출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2019년 낙농가 최초로 수출을 시작해 현재 홍콩·일본·미국 등 11개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과자·빵 제품 판매도 시작했습니다. 우유샌드와 웨하스 및 우유생크림빵 등으로 제품 범위를 넓혔습니다.
아침미소목장에서 유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아침미소목장)
입장료 없는 목장에 35만명…방목은 그대로
아침미소목장이 확보한 또 다른 판로는 목장 자체입니다. 이곳은 입장료 없이 방문객을 받습니다. 화보, 광고,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목장이 알려지며 방문객은 2017년 1만5000명에서 지난해 35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대표는 방문객이 무료로 목장을 찾는 대신 직접 제품을 맛보고 구매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하루 200개 한정으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이 오전에 동날 정도가 됐습니다. 이 대표는 "목장을 아이스크림 맛집으로 만들었다"며 "소문이 나서 방문객들이 일반적인 목장 입장료 이상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목장 방문이 유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접점을 만든 것입니다.
방문객의 경험은 목장 밖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주에서 제품을 맛본 소비자가 다른 지역에서도 목장 제품을 찾게 된 것입니다. 목장 측은 현장 방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제품 경험 공유가 유통 확대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이 대표는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사육 규모를 확대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내가 생산한 풀로 먹일 수 있을 만큼만 젖소를 키우고 있다"며 "목장 부지가 8만평인데 젖소 수를 90~100마리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풀을 먹고 자라는 젖소들의 원유 생산량은 적지만 행복한 젖소가 좋은 원유를 생산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료 먹고 자란 젖소의 원유와 맛 차이가 크게 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침미소목장의 다음 도전은 신규 브랜드 '틴크레스트'를 활용한 프랜차이즈 사업입니다. 카이막 스프레드 세트 등을 판매하는 카페를 통해 목장 밖으로 판매 접점을 넓힌다는 구상입니다. 특히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본격화되면 기존 직원들에게 가맹점 운영 기회를 우선 제공할 계획입니다. 작은 목장에서 출발해 유가공과 관광으로 사업을 확장한 아침미소목장은 이제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