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단독)"한국인 상대 70억원대 투자사기 혐의"…'피터 안', 태국 현지서 검거
허위 경력·재력·인맥 과시하며 투자 유도…피해액 70억원 넘어
입력 : 2026-09-21 오후 4:38:16
태국 경찰청 중앙수사국(CIB) 관계자들이 현지시간 지난 8일 태국 후아힌에서 한국인 안승훈(모자이크)씨를 사기혐의로 검거하고 있다. (사진=CIB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태국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70억원대 부동산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60대 한국인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터 안'이라는 가명을 쓴 이 남성은 2010년 쯤엔 태국 치앙마이(Chiang Mai)에서도 한국 교민들을 상대로 투자 사기를 벌인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2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태국 경찰청 중앙수사국(CIB)은 현지시간 지난 8일 한국 국적 안승훈(67)씨를 사기 혐의로 검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CIB는 약 3년간의 추적 끝에 후아힌(Hua Hin) 힌렉파이(Hin Lek Fai) 지역의 한 주택에서 안씨를 붙잡았습니다. CIB가 파악한 안씨 관련 한국인 사기 피해 사건은 4건, 피해액은 1억4700만바트(한화 약 61억원) 이상입니다.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이동구 법무법인 K-Siam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인 피해자 4명의 피해액은 70억원 이상입니다. 이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파악한 피해자별 피해액은 약 53억원, 13억원, 5억원, 3억원"이라며 "태국 수사기관 조사에 따라 피해 금액이 더 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급 빌라·외제차로 재력 과시…투자금은 현지 법인으로
 
안씨는 태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이자 국제금융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하며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접근했습니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국산업은행에서 근무한 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에 스카우트됐다는 허위 경력을 내세웠습니다.
 
피해자들에게는 자신이 소유한 고급 빌라와 외제차 등을 보여주며 골프 접대 등을 했고, 태국 왕족 등 고위층 인맥을 가진 것처럼 행세했습니다. 이후 후아힌 일대 콘도와 토지, 호텔·레지던스 개발사업 등을 소개하며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적은 초기 투자금으로 현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수 있고 개발이 진행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유인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투자금은 그의 태국인 동거녀 니치타(Nichita, 50대 후반 추정) 명의의 법인 등으로 송금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피해자들과 대여금이나 컨설팅 등의 명목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씨의 사기 행각을 한국에서 도운 '공범' 혐의를 받는 인물도 존재합니다. 지난 8일 안씨 검거 결과를 발표하는 CIB의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한 노광일 전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는 "한국에서 투자자들을 모집해 안씨에게 연결한 인물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동구 변호사는 "해당 인물은 국내 최고경영자 과정 등에서 기업인들과 장기간 친분을 쌓은 뒤 안씨를 태국에서 활동하는 유력 사업가로 소개했다"며 "이후 태국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후아힌으로 데려가 안씨와 만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년 추적 끝 자택서 검거…태국 '사인소추' 제도 한몫
 
안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시점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입니다. 이후 안씨가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중병 치료를 핑계로 잠적하자, 피해자들이 2023년 태국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습니다.
 
수사를 이어온 CIB는 2024년 10월16일 태국 형사법원으로부터 안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그의 소재를 추적했습니다. CIB는 안씨와 니치타씨가 보유한 후아힌 일대 빌라 등을 추적했고, 통신 추적과 드론을 이용한 감시 끝에 한 빌라 마당에서 운동하는 안씨의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이후 해당 장소에 안씨가 은신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8일 현장에서 검거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안씨를 추적하는 동안 니치타씨에 대한 별도의 형사절차도 진행했습니다. 이동구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돈이 니치타씨 명의 법인으로 들어간 뒤 인출된 사실을 토대로, 2024년 초 니치타가 대표로 있는 법인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거기서 법정에 제출된 자료를 증거로 삼아 2025년 초에 업무상횡령 혐의로 사인소추 형사재판을 제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인소추는 검사가 독점적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독점주의'와 달리,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범죄 피해자가 직접 형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동구 변호사는 "니치타는 2025년 12월24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2심이 곧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치앙마이서도 한국인 대상 '사기 행각'
 
안씨가 태국으로 최초 불법 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09년에서 2010년쯤입니다. 그는 당시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국 교민들을 상대로 가짜 여권·국제운전면허증·골프채 판매, 카지노딜러 자격증 사칭 투자 등 사기 행각을 벌였습니다. 그는 피터 안뿐 아니라 안광철, 이헌영, 전대기, 이정기, 이광영, 미스터 한(Mr.Han) 등 다양한 가명도 사용했습니다.
 
이동구 변호사는 "이번 건을 조사하면서 2009년에서 2010년쯤 안씨로부터 각종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온라인 게시글을 수십 개 넘게 발견했다"며 "이번 건처럼 피해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도 피터 안 등의 가명을 쓰며 교민 사회에 많은 피해를 안겼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시 피해자 모임 등도 존재했으며 이들은 대사관 등에 피해 사실 등을 고발했지만 검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 피해자 모임은 현재 존재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안씨는 치앙마이에서 벌인 사기 행각이 교민 사회에 알려진 뒤 촌부리(Chonburi)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 태국에서 추방됐습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왔다가 태국으로 다시 불법 입국해 후아힌을 거점으로 활동했습니다. 
 
노 전 대사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태국에서 안씨 관련 접수된 신고는 공식적으로 4건이며 한국에서도 10건가량의 사건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의 범죄행위가 입증되면 이를 토대로 서울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던 공범까지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게 최종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검거를 계기로 안씨의 과거 사기 행각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는 가운데, 피해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해외 투자 사기의 특성상 사전에 투자처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는 당부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변호사는 "돈을 잃는 것은 순간인데 찾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피해자 중 한 분은 회사가 파산에 이른 지경"이라며 "특히 은퇴나 해외 진출을 준비하며 조급한 마음으로 투자하기보다 돈을 보내기 전 계약서와 투자처 등을 전문가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송정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송정은기자의 다른 뉴스
'14명 사망' 대전 안전공업 화재…손주환 대표 등 13명 결국 불구속 송치
형사사법체계 개편 D-15…경찰, 수사인력 대대적 보강
③학교 비리 알려도 보호 못 받아…'공익신고자'의 높은 문턱
②(단독)학교 문제 알린 전북 사립교사…교육청 감사 뒤에도 "학교 압박 지속"
(사선에 선 교사들)①(단독)학교 문제 제기한 이천 사립고 교사…사망 전 이미 '위험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