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미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 ‘탈중국’ 압박이 중국산 완성차를 넘어 중국 기업의 기술과 공급망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미 정부가 자국 완성차업체인 포드의 중국 배터리 기술 활용까지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탓입니다. 북미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현지 부품 조달률을 높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미국의 대중국 정책 변화에 따른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라인에서 작업자와 산업용 로봇이 차량 생산 작업을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9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8일(현지시각)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포드와 중국 기업 간 협력 관계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더피 장관은 포드가 미시간주 마셜 배터리 공장에서 중국 CATL의 라이선스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비롯해 중국 지리자동차와 스페인에서 추진하는 합작 사업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더피 장관은 포드가 전략적 경쟁국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며 기술 자립을 위한 분명한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장관급 인사가 특정 미국 완성차업체의 중국 기술 활용과 해외 사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포드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미시간 공장은 CATL과의 합작법인이 아니라 기술 라이선스 계약에 기반한 사업으로, 공장의 소유와 운영을 포드가 맡고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갈등은 중국 기술을 배제하기 어려운 미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포드는 중국산 완성차의 시장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자동차업계의 입장에 동참하면서도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입니다. 업계에서는 LFP의 킬로와트시(kWh)당 비용이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사용하는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최대 30% 낮은 것으로 평가합니다. 포드의 배터리 사업을 담당해온 리사 드레이크 임원도 CATL 수준의 LFP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 했다면 약 10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기술을 배제할 경우 가격경쟁력과 기술 확보 속도에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포드와 현대차 등이 가입한 미국자동차혁신연합은 지난 3일 미 의회에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과 관련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범위는 이제 중국산 차량과 부품을 넘어 중국 기업의 기술과 라이선스 활용으로까지 넓어지는 모습입니다.
대중국 견제가 기술과 부품으로 확대될 경우 북미 사업 비중을 높이는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에도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현대차는 지난달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50만대 추가하고, 북미 부품 현지 조달률 목표를 기존 60%에서 80%로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가 이전부터 현지 생산과 조달을 확대해 온 데다 미국의 정책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현지화의 중요성도 한층 커진 겁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하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에 따라 관세 이슈 이전부터 현지화를 중요하게 추진해 왔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