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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K-배터리 사고 '옛말'…ESS 안전 심장부를 가다
재생에너지 전환 'ESS 필수'
입력 : 2026-09-09 오후 4:51:21
[완주=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관제센터 대형 화면을 가득 채운 숫자와 그래프 사이로 전국 곳곳에 설치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가 한눈에 펼쳐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ESS 설비 지역을 표시하는 듯했지만 화면 속 데이터는 배터리 온도와 충전율, 셀 전압, 전력변환장치(PCS), 공조설비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이는 사람이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데이터가 먼저 이상 징후를 포착해 알려주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ESS 통합관제시스템입니다.
 
지난 8일 <뉴스토마토>가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ESS 통합관제시스템 현장을 찾았을 때, 전기 안전관리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필수재로 통하는 ESS는 출력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습니다. ‘블랙아웃’을 막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장·공급하는 핵심 혈관이 ESS이기 때문입니다.
 
8일 전북 완주에 위치한 한국전기안전공사 에너지저장연구센터에 수천 개의 배터리 셀과 전력변환장치(PCS), 냉각·공조설비, 보호·소방설비 등을 집약한 ‘컨테이너형 ESS 저장고’가 놓여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ESS’ 전기안전관리도 변화
 
하지만 2017년부터 잇따라 발생하는 ESS 화재는 K-배터리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전기 안전의 무게중심을 사고 이후 대응에서 사고 이전의 예방 관리로 전환하면서 해외에선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ESS 통합 관제 체계가 가능해진 겁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안전관리 플랫폼 ‘E-On’은 이 변화의 핵심입니다. 전국 ESS 2444개소, 전체의 95.8%가 하나의 화면에서 실시간 안전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ESS에서 1분 단위로 수집하는 배터리 운영 정보와 환경·이벤트 로그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찾아내고 위험 신호가 포착되면 관제센터와 모바일을 통해 관계자에게 알리는 방식입니다.
 
관제 범위는 한 개 ESS에서 매분 75개의 운영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랙의 SOC와 SOH, 모듈 온도, 셀 전압, 차단기 상태부터 배터리 시스템의 충·방전과 통신 상태, PCS의 전력 정보, 배터리실과 PCS실의 온·습도, 공조설비 상태까지 확인합니다.
 
예컨대 경북 성주의 한 태양광발전소 사례를 보면, 배터리 모듈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시스템이 이상 신호를 포착한 바 있습니다. 현장 확인 결과 전날 에어컨 청소 후 공조설비 전원을 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사례입니다. 당시 에어컨을 다시 가동하자 모듈 온도가 40℃에서 28℃까지 내려왔습니다. 에어컨 하나가 꺼진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ESS에서는 작은 이상도 무시하지 않고 잡아내는 셈입니다.
 
충전율이 100%로 올라간 김천의 한 태양광발전소 사례는 유지보수 과정에 충전율 상한 설정을 다시 하지 않은 휴먼에러 건을 포착해 조치했습니다.
 
8일 김성호 한국전기안전공사 재생에너지정책부장이 전북 완주군 소재 본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통합관제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뿐만 아닙니다. E-On의 역할은 단순한 모니터링에서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ESS 사고 17건과 관련 이벤트 6558건을 분석해 사고가 나기 전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전조 현상을 찾는 식입니다. 
 
지난 7월 기준 AI 분석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이뤄진 사전 예방 조치는 84건에 달합니다. 이는 배터리 교체, 공조시설 수리, PCS 교체 등 구체적인 설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안전공사는 부산소방 종합상황실과 ESS 통합관리시스템을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ESS 사고 대응에 대한 골든타임 확보도 가능해졌습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ESS 화재와 침수 사고 대응을 위한 표준행동지침(SOP)도 만든 바 있습니다.
 
김성호 전기안전공사 재생에너지정책부장은 “ESS 시설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ESS 통합관제시스템을 통해 탄화 발생 등 이상 신호를 바로 잡아낸다. 때문에 과거 배터리 화재 발생의 빈도수가 상당히 줄었다”며 “3월에는 배터리 화재와 침수 상황에 대한 현장 재난 대응 절차를 담은 지침을 제정했다. 소방 전용 대시보드 등을 통해 시스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8일 오명국 한국전기안전공사 에너지저장연구센터장이 전북 완주군 소재 연구센터에서 연구 데이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0년 뒤 배터리까지 ‘디지털트윈’
 
전기안전공사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고 10년 뒤 배터리 상태까지 미리 분석할 수 있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기안전공사 내 에너지저장연구센터의 디지털트윈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연구센터는 장기간 운전에 따른 배터리 성능 변화를 예측하는 기술 개발로 관련 기능을 올해 6월부터 탑재,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I까지 적용하는 등 배터리 건강 상태(SOH)와 모듈 상태의 변화를 예측합니다.
 
현재는 실제 운영 중인 10개 샘플 사이트의 데이터를 적용해 AI의 예측 결과와 실제 상태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연구센터 관계자는 “향후 10년, 15년 뒤 ESS의 상태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한 번의 시험 결과가 일회성 자료에 그치지 않고 향후 안전 기준을 만드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센터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K-ESS의 안전관리 기술이 세계 독보적 수준의 안전망을 자랑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다만, 현장의 애로가 상당한 것도 사실입니다. 2444개 관리 대상 사업장에서 초단위로 쏟아지는 AI 알람을 검증하고 즉각 대응할 관제 요원과 디지털 분석가 확보, 정원과 인건비 미반영, 예산 부족 등이 선결 과제로 남습니다.
 
이 밖에도 AI가 이상 징후를 포착해 현장에 통보하더라도 야간이나 주말에는 안전관리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비상 조치를 미루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민간 소유 설비라는 점에서 위험 상황의 즉각적인 자동 차단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가 남습니다.
 
 
8일 <뉴스토마토>가 전북에 위치한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통합관제시스템 현장을 찾았을 때, 전기 안전관리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완주=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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