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미국 스탠퍼드대가 송도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철수했음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비판도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수정협약 전문에는 인천경제청 스스로 스탠퍼드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약 위반 리스크로 규정한 조항들이 담겼습니다. 인천시는 다른 입주 기관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지시했습니다.
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글로벌캠퍼스 한국스탠퍼드센터는 5년 계약 만료와 함께 철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인천글로벌캠퍼스는 정부와 인천시가 해외 명문 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송도에 조성한 국내 최초의 외국 대학 공동 캠퍼스입니다.
인천글로벌캠퍼스 모습.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한국스탠퍼드센터는 지난 4월 법인 해산을 신고했고 현재 잔여재산을 처리 중입니다. 2021년 6월 개소 이후 5년간 국비·시비 147억원이 투입됐고, 올해 편성분 24억원까지 더하면 171억원 규모의 사업입니다.
문제는 2023년 6월23일 당시 인천경제청장이 서명한 정부보조금계약(GSA) 수정협약입니다. 일부 알려진 연구소 인사 불관여, 연구 재량 위임 등을 포함해 기밀유지와 비방 금지 조항까지 담겨 있습니다.
협약 13항을 보면 인천경제청은 스탠퍼드 측의 평판을 훼손할 수 있는 어떠한 비방 행위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14항에서는 양측이 협약 조건과 협상 과정 자체를 엄격히 기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인천경제청이 협약을 위반하고 30일 안에 시정하지 않으면 스탠퍼드가 의무 이행을 정지할 권리도 담겼습니다.
돈을 돌려받을 길도 없습니다. 협약 6항은 지급분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인천시 등 어느 정부기관도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예외는 스탠퍼드의 일방 중도 종료가 싱가포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에서 확정되는 경우뿐입니다.
7항은 연간 예산안 제출 의무만 충족하면 연 30억원 전액 지급을 보장하며 과징금 부과나 지급 보류, 감액을 금지했습니다.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감사는 못합니다. 5항에서 인천경제청은 스탠퍼드 측 외부 감사인이 검토한 연례 정산보고서 외에 수시 검토·감사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아가 산업부와 인천시 등 다른 정부기관이 감사나 행정 요구를 시도하면 인천경제청이 나서서 이를 막아주기로까지 약속했습니다. 협약 전문에는 산업부의 외국 교육·연구기관 유치 지원 운영 요령과 충돌할 경우 이 수정협약이 우선한다는 조항도 명시됐습니다. 국가 보조금 관리 규정 위에 개별 협약이 우선되는 겁니다.
협약 전문에 따르면 스탠퍼드 이사회는 행정 요구와 조사, 소통 실패를 이유로 이미 3년 차 말 운영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2023년 산업부가 성과 미흡을 이유로 보조금 10%(3억원)를 삭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인천경제청은 그해 6월 미국 본교까지 찾아가 잔류를 설득했고, 이 수정협약에 서명했습니다.
스탠퍼드가 최종 철수를 결정한 사유는 미국 연방정부의 대학 지원 축소 등 본교 재정난입니다. 그러나 사유가 무엇이든, 170억원대 공적 자금을 받은 기관이 떠날 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불공정 협약' 때문입니다.
스탠퍼드는 계약기간을 채운 '만료 후 연장 거부' 방식으로 떠나 중재 예외마저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탠퍼드는 수정협약 이후 2년간 보조금 약 60억원을 그대로 받고 페널티 없이 떠나게 됐습니다. 지금 인천경제청이 문제 제기조차 못 하는 이유 역시 이 협약의 직접적 결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민선 8기 당시 벌어진 일이고 파악 중"이라며 "인천경제청에 인천글로벌캠퍼스 내 다른 학교도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보고 이후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