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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주식 재산분할 판단 근거는?…9440억 재원 마련 관심
공동재산 인정…주가상승분은 비율로
입력 : 2026-07-26 오후 1:43:56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원에 육박한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급하라고 한 법원 판단에는, 최 회장의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한 대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노 관장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음에도, 이날 법원이 노 관장의 몫을 파기환송 전 2심(35%)과 크게 다르지 않은 33.33%로 산정하면서 9440억원의 재산분할이 인정된 것입니다.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결정이 이뤄지면서 재원 마련 방안과 함께 이에 따른 SK그룹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재계에서는 주식담보대출과 일부 지분 활용, 계열사 배당 확대, SK실트론 지분 활용 등을 통해 재산분할금을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항소심 이후 SK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자금 조달 부담은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의 유동성 부담은 커졌지만, 그룹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노 관장 가사·양육 활동 SK주식에 기여”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 이상주)는 지난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2조원어치의 SK 주식을 포함해 3조원에 가까운 돈을 분할 대상이 되는 부부 공동재산으로 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최 회장 보유 주식은 혼인 기간 중 최 회장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그 형성이나 가치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혼인 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증대됐고, 이에는 노 관장의 가사 및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이 기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10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최 회장이 SK 그룹 경영 과정에서 증여·처분한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해당 금액은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관련된 것으로 이미 처분해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 전 2심에서 인정된 순재산(4조원)에서 해당 주식 등의 가액 1조원을 제외하고 이날 법원이 분할 대상 재산으로 산정한 액수는 3조원에 못 미치게 됐습니다.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SK 주식은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어서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앞서 1심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파기환송 전 2심은 분할 대상인 부부 공동재산이 맞는다고 봤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재산분할금을 모두 지급할 때까지 연 5%의 지연이자도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연간 약 472억원, 하루 약 1억3000만원 수준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재산분할금은 1조3808억원에서 9440억원으로 줄었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SK 주식의 공동재산성을 인정한 만큼 결과적으로는 노 관장 측의 사실상 승소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주식을 공동자산으로 인정할 경우, 어느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할지도 쟁점이었습니다. 앞서 파기환송 전 2심 변론 종결일 기준 SK 주가는 16만원이었으나 이번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 기준 주가는 80만원대로 훌쩍 뛰었습니다. 이날 기준으로는 60만원대 수준입니다.
 
법원은 대법 판례에 따라 즉 파기환송 전 2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16일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환송 전 2심 변론 종결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노 관장 측은 변론 종결 이후 주가 상승분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혼 이후 발생한 주식 가치 변동까지 모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담 있지만 지배구조 변동 없을 듯" 
 
다만 재판부 변론 종결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사정을 분할 비율(△최 회장 66.7% △노 관장 33.3%)에 반영했습니다. 재판부는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부부 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환송 전 항소심 변론 종결일 이후 최 회장 보유 주식의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 파기환송 취지를 반영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지원금은 분할 비율 산정에서 제외됐습니다.
 
9년 동안의 재산분할 소송이 사실상 노 관장의 승리로 결론이 나면서 1조원에 가까운 재산분할금 마련 방법에 대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먼저 SK 지분을 활용한 주식담보대출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17.9%(1297만5472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최 회장이 이미 보유 주식의 20%가량을 담보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주가 급등으로 담보 가치가 오른 만큼 추가로 대출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대출 규모가 더 커질 경우 이자 비용 증가와 향후 주가 하락 시 담보 유지 리스크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유 지분 일부를 매도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24일 SK 종가(63만원) 기준, 전체 발행주식의 약 2.1%에 해당하는 물량을 처분하면 9440억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3년 소버린 사태를 겪으며 경영권 방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 회장이, SK 지분은 건드리지 않고 배당이나 주식담보대출 등 다른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예측도 적잖습니다. 반면 지분 매각이 당장 경영권을 흔들 정도의 규모는 아닌 만큼, 필요한 범위에서 일부 지분을 처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SK텔레콤(017670) 같은 우량 계열사의 배당 확대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SK텔레콤의 배당이 늘면 SK의 현금 유입이 확대되고, 이는 SK의 배당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SK텔레콤이 배당을 늘려도 그 돈이 곧바로 최 회장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 탓에, 최 회장의 배당금을 늘리려면 SK가 함께 배당을 늘려야 합니다.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지분 활용 여부도 시장의 관심사입니다. 최 회장은 지주사 지분과 달리 경영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SK실트론 개인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어, 매각 시 1조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당 지분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구조로 보유하고 있어 매각 시 정산 비용과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SK실트론 매각 절차거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단기간 내 현금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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