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뉴스토마토프라임] '총량 관리'에 올인한 가계부채 정책
입력 : 2026-07-21 오전 8:35:06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가계부채 증가율을 1.5%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에는 변화가 없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7월15일 하반기 업무보고 브리핑)
 
금융위원회가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가계부채 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습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소득 등 경제지표가 연초 예상보다 달라졌지만 가계대출 총량 목표에는 손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 명목성장률 전망이 연초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데요. 경제 규모가 확대된 만큼 가계대출 증가 목표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것만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내려간다면 무엇 때문에 내려갔나 볼 필요가 있다. 분모인 명목 GDP 규모가 커진 것이지 가계부채 규모가 작아진 것이 아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
 
GDP가 늘어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더라도 가계가 보유한 부채의 절대 규모는 줄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가계부채 수준이 주요국보다 높다는 점은 분명한 위험 요인입니다. 다만 절대 규모가 줄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제 규모와 가계소득 증가를 대출 공급 정책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가계부채는 경제 규모와 소득을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경제와 소득이 증가하면 동일한 대출 잔액이 경제 전체에 주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제와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부채만 늘면 위험은 더 커집니다.
 
가계부채 관리는 단순한 잔액 증가액이 아니라 가계소득, 원리금 상환 부담, 연체 가능성, 대출 용도와 담보 위험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요. 현재 총량관리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목적 대출과 무주택자의 실거주 목적 대출이 금융사의 총량 안에서는 똑같은 대출로 계산됩니다. 잔금을 치르기 위한 대출,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대출,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 주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대출도 총량을 소진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복도에서 직원들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출 총량을 부동산 가격 관리 수단으로 사용하면 금융정책의 기준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집값이 오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상환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의 대출까지 일률적으로 막으면, 대출 규제의 부담은 투기 수요보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사람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 목적의 매수자는 규제가 강화되면 거래를 미루거나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이미 낸 수분양자나 잔금일이 정해진 주택 매수자는 대출 공급이 줄었다고 해서 계약을 쉽게 취소할 수 없습니다.
 
대출 한도가 갑자기 축소되면 부족한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 신용대출이나 제2금융권 대출을 찾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계부채의 양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대출의 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총량관리의 가장 큰 문제는 차주의 상환능력보다 금융사의 남은 한도가 대출 가능 여부를 좌우한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소득과 같은 담보를 보유하고 동일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받는 차주라도 연초에는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은행의 연간 총량이 소진되는 하반기에는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DSR 제도의 본래 취지와도 충돌합니다. DSR은 차주가 보유한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과 비교해, 소득으로 빚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제도입니다.
 
소득과 상환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을 허용하되,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대출은 제한하겠다는 것이 DSR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런데 차주가 DSR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금융회사의 총량이 소진됐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한다면 상환능력 중심의 여신심사는 사실상 무력해집니다.
 
은행으로서는 개별 대출의 용도와 위험을 하나하나 따지기보다 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특정 상품의 취급을 중단하는 편이 간단합니다. 현금 부자도 아닌 다수의 실수요자가 총량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정책은 총량관리에서 질적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연간 하나의 숫자로 고정하는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명목 GDP와 가계소득 증가율, 금리 수준, 주택 거래량과 입주 물량, 금융회사의 자본 여력 등을 반영해 분기별로 목표를 점검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입니다.
 
가계부채 관리의 목표는 대출 증가액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환하기 어려운 빚을 줄이고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낮추면서, 상환 가능한 실수요에는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