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뉴스토마토프라임] '방패'가 필요한 은행권
입력 : 2026-05-19 오후 6:38:3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은행연합회장의 후임을 두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습니다. 아직 임기가 반년 가까이 남았는데도 굵직한 금융권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은행권이 은행연합회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은행권은 민간 금융협회장 자리에 관료 출신이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정부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관치금융' 논란도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출신 민간 금융인들이 은행연합회장을 맡는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업권 자율성과 독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지금 은행권 내부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정부와 금융당국과 조율 능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청와대나 정치권, 금융당국을 상대로 업권 논리를 전달하고 조율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췄느냐는 점입니다. 
 
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됐을까요. 최근 은행권은 사실상 정책 수행기관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소상공인 지원, 상생금융, 취약계층 지원 등 주문도 끊이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라인 인사들의 공개 발언 하나에도 금융권은 즉각 반응합니다. 이제는 정책 발표뿐 아니라 SNS 메시지까지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습니다. 고금리 국면에서 역대급 실적을 냈다는 이유로 '이자장사' 비판은 반복되고, 공공적 역할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사회공헌 조직을 확대하고 정책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늘리며 정부 기조에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책임과 역할은 계속 늘어나는데 정작 업권 숙원 사업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은행권은 그간 △가상자산 사업 진출 허용 △비금융업 진출 확대 △금융업 규제 완화 △금융당국의 제재 방식 개선 등 규제 완화를 꾸준히 건의해 왔는데요. 진척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은행연합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창구가 아니라 업권 현실과 시장 논리를 설득할 수 있는 협상가이자 조율자가 필요해졌습니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 등의 이름이 거론됩니다. 윤 전 회장은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지낸 대표적인 민간 금융인입니다. KB금융의 리딩금융(실적 1위 금융그룹) 탈환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밸류업 강화 등을 이끌며 금융권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윤 전 회장은 퇴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현안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소신 발언을 내놓아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순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개별 회사 노력뿐만 아니라 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CEO 임기 관련해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윤종원 전 행장은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입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기업은행장을 맡아 중소기업 금융 지원 정책을 이끌었고, 정권교체 이후에도 국무조정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될 정도로 정책 라인 영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정치권이나 정부와 원활한 소통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올드보이의 귀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신제윤·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등 거물급 인사들도 단골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민간 금융협회장에 민간 출신이 와야 한다는 상징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와 업권 사이에서 사실상 ‘방패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관료든 민간이든 결국 핵심은 정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