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부동산 시장이 다시 관망 국면에 들어섰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은 늘고 있지만 거래는 살아나지 않는다. 집을 파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줄었다. 시장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배경은 분명하다. 오는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다. 유예 기간이 끝나면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는 이유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서 이런 흐름이 뚜렷하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세금 정책이 매물을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거래까지 늘리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매도와 매수 사이에 간극이 생기면서 시장은 멈춰 서 있다.
이 분위기는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96.3으로 전월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기준선인 100 아래다. 분양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업자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서울의 하락 폭이 특히 컸다. 서울 분양전망지수는 한 달 사이 6.5포인트 떨어졌다.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이다. 매매시장 분위기가 분양시장으로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분양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신축 아파트 가격은 결국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형성된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불안해지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기 시작한다. 매수자로서는 서둘러 청약에 나설 이유가 없다.
청약 시장의 온도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전국 민간 아파트 1순위 평균 경쟁률은 3 대 1 수준까지 떨어졌다.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1순위 미달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금융 환경도 부담이다. 대출 규제는 여전하다. 금리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과거처럼 '일단 청약부터 넣어보자'라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자금 계획이 확실한 수요만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방향이 바뀌었다. 서울 규제가 강해질수록 수요는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이동한다. 실제로 경기 지역 분양전망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규제의 풍선 효과가 다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부동산 시장에서 반복되어온 흐름이다. 특정 지역을 강하게 누르면 수요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세금을 높이면 거래는 줄어든다. 정책이 시장을 통제하려 할수록 시장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움직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의 목적은 매물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 매물은 늘어도 거래는 늘지 않는다. 매수자들은 정책 이후를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시장에는 ‘기다림’만 남는다. 지금 부동산 시장을 지배하는 정서는 상승 기대도, 급락 공포도 아니다. 그저 한발 물러선 채 상황을 지켜보는 관망이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