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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미드마켓 전쟁)②구조조정 대신 확장…PEF의 새 투자 공식
MBK 홈플러스 투자 실패…자산 유동화 중심 전략의 한계
입력 : 2026-03-17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3일 11: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펀드(PEF) 시장에서 '미드마켓' 인수·합병(M&A)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조 단위 메가딜을 주도하던 대형 운용사들까지 투자 무대를 미드마켓으로 넓히면서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미드마켓은 중소형 운용사들의 주 무대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대형 PEF들까지 가세하며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대형 PEF들이 미드마켓으로 눈을 돌리는 구조적 배경과 차별화된 가치 창출 전략, 세컨더리·크로스보더 거래를 통한 새로운 성장 경로 등을 짚어보며 국내 PEF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대형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모펀드(PEF) 업계의 투자 전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조 단위 초대형 거래에서는 구조조정과 재무 개선 중심의 가치 제고 전략이 일반적인 반면, 미드마켓에서는 기업 성장성을 활용한 확장 전략이 핵심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글로벌 PEF 시장에서는 해외 시장 확대와 볼트온 인수를 결합한 '바이앤빌드(Buy-and-Build)' 전략이 미드마켓 가치 창출의 대표적인 공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 시장을 확장하고 사업군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사진=구글 생성 이미지)
 
MBK, 자산 유동화 중심 전략 '실패'
 
PEF의 전통적인 가치 창출 방식은 비용 절감, 조직 효율화, 비핵심 사업 매각 등 구조 개선 중심이었다. 특히 조 단위 이상의 대형 거래에서는 이미 시장 지위를 확보한 기업이 대상인 경우가 많아 매출 성장보다는 재무 구조 개선과 체질 개선이 주요 전략으로 활용되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투자다. MBK는 2015년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약 61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거래로 주목을 받았다.
 
MBK 핵심 전략은 부동산 유동화였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점포 부지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구조를 통해 막대한 현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MBK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매각한 주요 자산 규모는 약 4조1149억원으로, 전국 매출 상위권이던 안산·가야·대전둔산·탄방·대구점 등 주요 매장들이 부동산 펀드·리츠에 매각됐다. 매각을 통해 회수한 자금은 배당을 통해 인수금융 상환 및 투자금 회수 재원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이 같은 세일앤리스백 구조가 결과적으로는 전통적인 방식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점포 매각 이후 상당수 매장이 임차 형태로 전환되면서 임대료 부담이 늘어났고, 오프라인 유통 시장 침체와 맞물리면서 홈플러스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드마켓 투자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기업 규모가 작고 산업 내 성장 여지가 크기 때문에 구조조정보다는 사업 확장과 시장 확대 전략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들은 최근 미드마켓 투자에서 플랫폼 기업을 확보한 뒤 후속 인수를 통해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VIG파트너스, 미드마켓서 볼트온 전략 통했다

 

미드마켓 플랫폼 투자 전략을 통해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사례는 VIG파트너스의 상조 플랫폼 구축이 꼽힌다. 이 외에도 VIG파트너스는 최근 미용 의료기기 기업 비올 인수와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 인수를 통해 '리브사이언스'라는 통합 에스테틱 플랫폼을 구축, 해외 시장을 겨냥한 효과도 노리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2016년부터 좋은라이프, 프리드라이프 등 다수의 상조 업체를 인수 및 합병하는 볼트온 전략을 통해 국내 상조업계 1위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2017년 금강문화허브를 시작으로 모던종합상조를 차례로 인수한 뒤, 2020년 업계 1위였던 프리드라이프를 전격 인수하며 좋은라이프와 합병시켰다.
 
이를 통해 VIG파트너스는 흩어져 있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장례식장 운영 등 전후방 밸류체인을 내재화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불가능했던 마케팅 비용 절감과 AI 챗봇 도입, 가입 절차 디지털화 등 운영 효율화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프리드라이프는 인수 직전인 2019년 약 2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985억원, 영업이익률은 35.6%까지 상승했다. 매출액도 2020년 735억원 수준에서 2024년 2767억원으로 4년 만에 약 3.8배 성장했다. 이를 통해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를 2024년 웅진그룹에 8879억원에 매각, 배당 등을 포함해 투자 원금 대비 4배 이상의 회수 실적을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VIG파트너스는 2024년 고주파 미용 의료기기 전문 기업인 비올을 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이후 지난해 LG화학(051910) 에스테틱 사업부를 약 2000억원에 매입했다. VIG파트너스는 의료기기와 필러, 톡신 등 각기 흩어져 있는 중견·중소 밸류체인을 하나로 묶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VIG파트너스는 이 같은 볼트온 전략과 해외 시장 공략 등을 통해 완성한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미드마켓 바이아웃에 특화된 사모펀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형 PEF, 볼트온 전략으로 미드마켓 공략
 
MBK파트너스와 더불어 국내 대형 사모펀드로 거론되는 한앤컴퍼니와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도 미드마켓 공략을 통해 플랫폼 기업을 확보한 뒤 연관 기업을 추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산업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약 4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4호 블라인드 펀드를 기반으로 반도체 중심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전략적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특수가스 세계 1위 SK스페셜티를 축으로, 반도체용 파인세라믹 소재 기업 솔믹스, SK엔펄스의 CMP패드 사업부를 연이어 인수했다. 특수가스와 공정 소재, 장비 소재를 아우르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편입시키면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기업 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IMM PE 역시 환경·폐기물 산업에서 플랫폼 전략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IMM PE는 에코비트를 중심으로 폐기물 처리와 수처리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종합 환경 플랫폼을 구축했다. 폐기물 산업은 인허가 규제로 신규 진입이 어렵고 지역 기반 중소 업체가 많은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사모펀드의 롤업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분야로 평가된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형 딜은 금융 구조와 레버리지 활용이 중요하지만 미드마켓에서는 기업을 실제로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한다"라며 "해외 시장 확대와 볼트온 인수를 결합한 플랫폼 전략이 앞으로 PEF 투자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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