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독재자의 몰락은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합니다. 이란인들은 그가 패망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한 건 독재자의 죽음이 아니라 '정의'였습니다. 외세가 나라를 마음대로 폭격하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이란인들은 대부분 '조국을 파괴하는 일은 용서할 수 없는 끔찍한 행위'라고 말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하메네이 사망 이후에도 공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대규모 공습에 대한 이란 현지 상황과 복잡한 민심을 듣기 위해 지난 2일 재한 이란인인 코메일 소헤일리(41)씨를 만났습니다.
지난해 한국에 귀화한 소헤일리씨는 이란과 한국을 오가며 환경·사회문제를 다루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엔 가리왕산의 생태 파괴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순간>을 제작,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와의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소헤일리씨는 하메네이의 사망 자체엔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하메네이는 이란 국민들이 벌인 민주화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하고, 언론의 자유도 억압한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란 안팎에선 미국의 폭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습니다. 폭탄은 민주주의를 가져다준 적이 없다는 역사적 교훈 때문입니다.
코메일 소헤일리씨가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란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나요. 연락은 닿나요.
저는 지난해 한국으로 귀화했습니다. 한국인 부인과 결혼했고, 이란엔 부모님과 형제, 친척들이 있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첫 몇 시간 동안은 형과 연락이 됐어요. 형은 '집에 있을 거고, 물을 받아두고 음식도 더 사놨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곧 인터넷이 끊길 걸 서로 예상했죠.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아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지난달에도 수천 명이 죽는 상황에서 연락이 완전히 끊겼던 적이 있어요. 그 끔찍한 경험 때문인지 이번 사태도 '또 그런가 보다' 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란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란의 현재 상황을 말하려면 지난달 정부가 시위대를 대량 학살한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고, 수천 명이 죽었고, 나라 전체가 흔들렸어요. 그 사건의 책임자들이 이번 전쟁 직후 연이어 사망하자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조국을 파괴하는 일은 용서할 수 없는 끔찍한 행위라고 말합니다. 민간 지역이 폭격을 당했고, 몇 시간 만에 학생을 포함 민간인이 대거 희생됐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란에선 어떤 것도 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내일 살아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환율도 폭등하고 빈곤도 극심해졌습니다. 연이은 유혈 진압과 폭격으로 이란인들은 한국의 '한(恨)'과 같은 깊은 우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유를 향한 저항'까지 잃지 않았어요. 이란에선 장례식 때 검은 옷을 입고 울면서 코란을 읽는 전통이 있어요. 그런데 최근엔 흰 옷을 입고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면서 결혼식처럼 장례식을 치르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어요. "우리를 죽여도 계속 싸우겠다"라는 정부를 향한 강력한 저항의 메시지입니다.
지난달 28일 이란 국영 TV 방송 이미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한 여자 초등학교가 피해를 입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메네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하메네이는 많은 이들에게 독재의 상징입니다. 정확히 집계할 순 없지만, 독재자의 몰락을 기뻐하는 쪽이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건, 하메네이도 86세의 고령에 암을 앓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었을지 확실치 않죠. 때문에 공습으로 사망한 그의 죽음은 그에게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애매합니다. 하메네이 지지자들 입장에선 '싸우다, 저항하다 죽었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죠. 저는 그의 죽음은 반갑지만, 내 나라에 외세가 개입한 방식은 기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개입으로 독재자가 사망한 점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요.
이란인들은 그가 패망하길 바랐지만, 사살까지는 생각하기 어려웠어요. 개인적으론 그가 법정에서 자신의 죄에 답하고, 민주적 절차로 책임지는 모습을 바랐습니다. 우리가 원한 건 죽음이 아니라 '정의'였죠. 자국이 폭격을 당하는데도 기뻐하는 모습을 이해하려면, 평화적 정권교체 시도가 그간 얼마나 탄압당했는지 맥락을 봐야 합니다. 수만 명이 죽고 '녹색혁명' '여성·생명·자유' 운동 등이 계속 실패하면서, 어떤 방식이든 정권이 무너지기만 하면 좋아하는 집단이 생긴 겁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공습에 관해 인권 문제를 언급했는데요.
역사적으로 폭탄이 민주주의를 가져다준 사례가 없습니다. 트럼프가 이란 국민의 인권을 진심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모두 알 겁니다. 그는 불과 몇 달 전에도 이란인들을 비행기에 태워 이란으로 돌려보냈어요. 그들은 이란에서 미국으로 도망친 이민자였고, 돌아가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었어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범입니다. 전쟁 자체가 불법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이란 국민과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는 소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이란은 1953년 미국·영국이 지원한 쿠데타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사데크 총리가 전복되고 독재국가가 들어섰습니다. 그 일이 이슬람 혁명과 이후의 모든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외세가 주변국의 역사를 바꿔온 것도 봐왔기에, 그런 명분(이란 국민과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것)을 믿지 않습니다. 외세가 제 나라를 마음대로 폭격하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이란의 민주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한국도 광주에서 민간인이 희생되는 탄압을 겪었지만, 결국 군부독재 정권이 내려왔잖아요. 이란은 상황이 더 복잡하고 희생 규모도 더 크지만, 그럼에도 내부의 '유기적인 저항'만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외세가 마음대로 폭탄을 뿌리고, 정치인을 사살하거나 무고한 시민이 죽는 방식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도, 어떤 사례로도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조국과 내 고향에 벌어진 일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이스라엘의 개입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할 수 없었던 것'에서 시작됩니다. 최고지도자 중 주요 인물인 카셈 솔레이마니는 2020년 트럼프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트럼프는 이란과 전쟁을 벌였고 지난해에도 이란을 폭격했습니다. 정부는 늘 '미국에 죽음을' 같은 구호를 외쳤지만, 결국 미국과 협상했습니다. 하지만 자국민과는 협상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왔지만 정부는 대화하지도, 문을 열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란 국민들은 자신이 국가의 일부라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가 '우리의 나라'라고 느끼지 못하면, 누군가가 폭격을 해도 무력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계속해서 국민을 정치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국가와 국민, 정부 모두에게 더 커질 것입니다.
한국이 이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제로부터 한국이 독립을 이루었듯, 이란도 지난 100년 동안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습니다.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아시아와 유럽 사이을 잇는 핵심 요충지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세계 에너지(석유) 흐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지점도 있어요. 이란의 민주주의 투쟁은 1905년 '헌법 혁명'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입니다. 이 연속성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